‘인터넷 천재, 네티켓 바보’ 초등 저학년부터 바로잡는다

  • 입력 2008년 8월 2일 02시 56분


■ 도덕교과서 윤리교육 대폭 강화 배경-내용

현재 초등 4학년이전 교과서엔 내용 전혀없어

최근 거짓정보 피해 커져 사회적 우려 반영

2학년 ‘바른생활’에 중독예방-예절교육 담아

《정부가 초등학교 도덕(바른생활) 교과서에서 인터넷 관련 교육내용을 크게 늘리기로 한 것은 현재 초등학생들이 저학년 때부터 인터넷을 익숙하게 사용하지만 인터넷 공간에서의 윤리, 질서의식, 준법정신 등을 가르치는 교육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대부분의 교육 전문가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이미 인터넷 역기능에 노출되는 만큼 학교와 가정에서 인터넷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인터넷상의 거짓 정보, 사이버 폭력 등에 따른 막대한 피해가 현실화되면서 인터넷 역기능에 대한 사회적인 우려가 커진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어떤 내용이 보완되나

4학년용 개정 교과서에 들어갈 새로운 단원인 ‘인터넷 예절’에는 인터넷 활용상의 문제와 인터넷의 막대한 영향력을 학생들이 바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간다.

교과서 연구진은 이를 통해 학생들이 인터넷에서 도덕적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를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예절에 대해 되돌아보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 단원에 대해 연구진과 심의진 사이에서는 인터넷상 정보의 진위 및 가치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시켜야 하느냐는 문제로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도덕교과서 연구책임자인 유병렬 서울교육대 교수는 “아이들로 하여금 불건전 정보를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하자는 제안이 많아 교과서 심의진의 논의 과정에서 이를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인터넷 권위자 빈트 서프 미국 구글 부회장도 “인터넷상 정보의 옥석(玉石)을 가리게 하는 교육이 어린 시절부터 학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5학년 교과서 속 ‘게임 중독의 예방’ 단원은 학생들에게 인터넷 게임 중독의 위험성을 정확하게 알리고 인터넷 게임을 바르게 이용하는 태도를 가르쳐야 한다는 목표로 구성된다.

이들 4, 5학년 도덕 교과서는 현재 집필 및 심의 단계를 밟고 있다.

2학년 2학기 바른생활 교과서에 신설될 ‘내 친구 컴퓨터’에는 컴퓨터 중독 예방 및 네티켓(인터넷 에티켓) 교육이 담길 예정이다.

바른생활 교과서 연구진인 차우규 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는 “최근 들어 저학년 학생의 인터넷 중독 등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고 교육 현장에서도 인터넷 교육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아 이를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다.

유균상 한국교육개발원 수석연구위원은 “중요도나 추세에 비추어 봤을 때 온라인 윤리 교육을 양적으로 확대해야 할 때”라며 “이제는 저학년 단계에서부터 아이들 수준에 맞게 윤리적 측면을 다뤄야 한다는 공감대가 교과서 집필자들 사이에 형성됐다”고 말했다.

○ ‘나는 초등생’, ‘기는 교과서’

지금까지는 인터넷 윤리 교육이 초등학교 저학년 교과 과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동아일보 산업부가 현행 초등학교 ‘도덕(바른생활)’ 교과서와 보조 교재인 ‘생활의 길잡이’를 모두 살펴본 결과 1, 2학년 바른생활 교과서와 3, 4학년 1학기 이전의 도덕 교과서에는 인터넷 윤리에 대한 내용이 전혀 담겨 있지 않았다. 도덕 교과서는 4학년 2학기에 들어서야 ‘해킹의 위험성’ ‘인터넷 다운로드를 통한 표절의 비도덕성’을 2페이지씩, 4페이지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5학년 도덕 교과서는 단 한 페이지에 ‘인터넷과 다른 사람들의 권익’이라는 제목으로 네티켓을 다루고 있으며, 6학년에 와서도 도덕 교과서와 생활의 길잡이에 한 페이지씩 2페이지에 걸쳐 ‘크래킹(악의적인 해킹)의 피해’ ‘통신예절 등 네티켓’을 다루고 있을 뿐이다.

이마저도 ‘준법정신’ ‘타인에 대한 배려’ 등을 가르치는 단원에 일부 포함된 것일 뿐, 단원 전체를 인터넷 교육에 할애한 사례는 전혀 없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05년 12월 내놓은 ‘초·중등학교 정보통신기술교육 운영지침’에서 초등학교 1, 2학년 때 △컴퓨터 사용의 바른 자세 △사이버 공간의 올바른 예절을 가르치고 3, 4학년 때 △네티켓과 대인윤리 △인터넷과 게임 중독의 예방 등을 가르치도록 하고 있지만 정작 교과서에는 이 같은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터넷의 역기능 문제와 현재 초등학교 학생의 인터넷 활용능력을 고려할 때 현행 교과서는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새 교과서에서 인터넷 교육을 늘리는 것은 당연한 조치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박선희 경희대 간호과학대학 교수는 “초등학생들은 학년이 높아짐에 따라 인터넷상 비윤리적 행위 경험이 빠르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저학년 때부터 인터넷 정보를 여과장치 없이 접하고 익명성의 그늘 아래 위험행위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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