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살벌한 방사선]‘유령입자’ 중성미자 찾아…

  • 입력 2007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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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물리학과 김수봉 교수팀 소속 연구원 2명이 원자력발전소에 설치할 중성미자 검출기 시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대
서울대 물리학과 김수봉 교수팀 소속 연구원 2명이 원자력발전소에 설치할 중성미자 검출기 시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대
중성미자는 핵융합이나 핵분열 반응 때 발생하는 아주 작은 입자다. 태양에서 날아오는 중성미자는 엄지손톱만 한 넓이에 초당 수백억 개가 쏟아진다. 하지만 대부분 우주로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관측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유령입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시간이 지나면 중성미자는 그 특성이 유령처럼 달라진다. 중성미자가 달라지는 법칙을 밝히는 변환상수를 구하면 초기 우주의 상태도 규명할 수 있다. 중성미자는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검출하기가 지극히 어렵다.

이 ‘유령입자’를 잡기 위해 세계적인 물리학자들이 ‘고스트버스터’로 나섰다. 프랑스는 10여 년 전부터 검출기 한 대로 실험했지만 변환상수를 발견하지 못해 최근 검출기를 두 대로 늘렸다. 중국도 지난해부터 중성미자를 검출하는 국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서울대 물리학과 김수봉 교수가 ‘고스트버스터’로 나섰다. 김 교수는 ‘유령입자’가 자주 출몰하는 원자력발전소를 선택했다.

원자로는 우라늄이 핵분열하면서 중성미자를 방출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중성미자가 수십만 배나 많다. 초당 1021개로 태양에서 오는 중성미자보다 1000억 배 정도 많은 수준.

김 교수는 지난해 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아 전남 영광 원자력발전소에 중성미자 검출시설을 짓기로 하고 최근 개념설계를 마쳤다. 영광 원전은 전력생산량이 세계 두 번째라 중성미자가 많이 방출된다. 또 원전 주변에 산이 있어 우주에서 날아오는 입자를 피해 지하터널을 뚫고 검출기를 설치하기에도 좋다.

원자로에서 나오는 중성미자를 검출하는 원리는 간단하다. 원전을 가운데 두고 가까운 곳(150m)과 먼 곳(1500m)에 검출기를 설치한다. 두 곳에서 중성미자의 수를 측정해 비교하면 원자로에서 방출된 중성미자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바뀌는지 알 수 있다. 계획대로라면 검출장비를 설치하는 2010년께부터 중성미자 검출을 시도하게 된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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