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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3월 2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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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발급한 신분증이 있는 과학자는 그냥 통과한다. CERN에는 85개국 과학자들이 모여 있는데 국제적으로 신분이 보장된다. 17일 이곳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물리학자 2명을 주한스위스대사관의 취재협조로 만났다.
CERN의 과학자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 번호판은 바탕이 초록색이라 ‘그린 플레이트’라고 불린다. 외교관 자동차의 번호판도 초록색이다.
CERN의 김진철 박사는 “보통 스위스 자동차 번호판은 흰색 바탕”이라며 “CERN의 과학자에게 외교관에 준하는 신분을 보장해 주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이 규정은 1954년 CERN이 설립된 때부터 계속돼 왔다. CERN에는 현재 길이 27km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입자가속기(LHC)가 건설되고 있다. 10의 15제곱분의 1m 크기의 양성자를 LHC에서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켜 부딪히게 하면 여러 가지 미세한 입자들이 나온다.
그런데 입자검출기에서 나올 데이터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이를 CD에 저장해 쌓아 올리면 높이가 1년에 20km에 이른다. 지난해 하반기에 CERN에 온 김 박사의 임무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 정도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기존 컴퓨터로는 어림도 없죠. 그래서 전 세계 대용량 컴퓨터들을 연결해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류하고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요.”
그동안 CERN에서 일한 한국인 과학자는 여럿 있었다. 하지만 1년 이하로 짧게 경험을 쌓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노상률 박사는 CERN에 1년 이상 머물면서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한국인 과학자다. 올해로 벌써 5년째. 힉스 입자 감지 연구의 전체 프로그램을 짜는 게 그의 몫이다.
“이곳의 연구 정보는 하루가 멀다 하고 업데이트 됩니다. 한국 과학자들에게 이런 정보를 시시각각 제공해 주는 역할도 하고 있죠.”
4월 4∼6일 서울에서 ‘한-스위스 과학기술 라운드테이블’이 열려 두 나라의 과학기술 협력 방안이 논의된다. 두 박사는 “이를 계기로 한국의 많은 과학자들이 CERN에서 연구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제네바=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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