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논문도 조작…원천기술은 없었다”

  • 입력 2006년 1월 10일 10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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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없음 밝히는 정명희 서울대 조사위원장[연합]
줄기세포 없음 밝히는 정명희 서울대 조사위원장[연합]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팀의 연구 성과를 약 한 달간 검증해온 서울대 조사위원회(위원장 정명희)는 10일 줄기세포 확립을 위한 ‘원천기술’은 사실상 없고 2004년 논문도 조작됐다는 내용의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 “줄기세포는 가짜, 스너피는 진짜” = 조사위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 교수팀은 2005년 논문에서 주장한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뿐만 아니라, 2005년 논문의 기반이 되는 2004년 논문의 체세포복제 줄기세포주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황 교수팀은 체세포복제 줄기세포주가 만들어졌다는 어떤 입증자료도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DNA지문분석결과 공여자 A씨의 유전자와 1번 줄기세포가 일치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치하는 것으로 데이터를 조작해 2004년 논문을 썼다”고 덧붙였다.

조사위는 이어 “2004년 논문의 세포사진들이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 사진들이라는 지적들이 있었는데 조사결과 사실이었다”면서 “2004년 논문도 줄기세포주의 DNA지문분석 결과가 조작되고 세포사진들도 조작된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조사위는 또 “이런 행위는 과학계와 일반대중을 모두 기만하는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 “아무리 바꿔치기를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갖고 있는 처녀생식 1번 줄기세포주의 존재를 설명할 수 없고 그 유전자 분석결과를 조작한 사실을 덮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조사위는 그러나 복제 개 ‘스너피’에 대해서는 체세포를 제공한 개 ‘타이’와 DNA가 일치하고 미토콘드리아는 불일치하기 때문에 ‘체세포 복제 개’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 “황 교수, 여성 연구원과 동행해 난자 채취” = 황 교수팀의 난자사용에 대한 통계에도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기록이 불충분해 황 교수팀에 몇 개의 난자가 제공됐는지 정확히 집계하기 어렵지만, 확인된 결과 2002년 11월부터 2005년 11월까지 3년간 4개병원에서 129명으로부터 200161개의 난자가 채취돼 황 교수팀에 제공됐다”고 밝혔다.

또 2004년 논문과 관련해 황 교수는 연구원의 난자제공사실을 몰랐었다고 한데 반해, 조사위는 “연구원의 난자공여는 본인이 원했고 황 교수가 승인했으며, 황 교수가 동행한 상태에서 2003년 3월10일 미즈메디병원에서 노성일 원장의 시술로 난자제공이 이뤄졌다”며 “2003년 5월에도 황 교수팀은 당시의 여성연구원들에게 난자기증 의향을 묻는 서식을 나눠주고 서명을 받았다는 사실을 8명의 전현직 연구원들이 진술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황 교수팀의 기술평가에 대해서는 “개의 복제에 성공한 것 등을 감안할 때 황 교수팀의 동물복제 기술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되고, 사람의 난자에 핵이식을 하는 기술 중 쥐어짜기에 의한 탈핵방법은 효율성은 높으나 이미 동물난자에는 오랫동안 사용된 기술로서 독창적 신규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조사위는 “다만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배반포가 만들어진 경우가 일부 확인되고 있어 황 교수팀이 핵이식조건을 개선해 사람난자의 배반포 형성에 성공했다는 점은 평가할 수 있지만, 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연구실들이 있어 더 이상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사위는 “이번 논문조작과 그 은폐에 관여한 연구자들에 대한 학계의 처분은 이미 드러난 조작사실 만으로도 중해 책임을 면키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사위는 “이들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의 줄기세포 연구는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과학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위는 끝으로 “이번 일이 잘못을 수정하고 더 견고한 연구를 할 수 있는 디딤돌이 돼 우리나라 생명과학과 과학기술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오류를 지적해 조사를 촉발시킨 젊은 과학자들은 우리 모두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 서울대 조사위원회 명단 = 위원장: 정명희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간 사: 오우택 교수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위 원: 김홍희 교수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박은정 교수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이용성 교수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이인원 교수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정인권 교수 (연세대학교 이과대학)
정진호 교수 (서울대학교 연구부처장)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 다음은 정명희 위원장의 일문일답
“줄기세포 원래 없는데 어떻게 바꿔치기가 있었나”

-- 영롱이에 대한 조사결과를 포함하지 않았는데 조사위가 이를 회피한 것 아닌가

▲ 회피하지 않았다. 영롱이의 진위여부를 판단하는 관건은 영롱이의 모체 체세포를 확보하는 것인데, 황 교수 측의 비협조로 조사하지 못했다. 황 교수 자신의 말로 ‘그 체세포가 영롱이의 모체의 조직인지 확실치 않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결과를 낸다면 혼란을 가중한다고 판단, 조사하지 않았다.

-- 줄기세포 바꿔치기 의혹에 대해서

▲ 진상을 파악할 수 없었다. 이 부분은 조사위의 한계를 넘어간 것으로 판단한다. 향후에 수사기관에서 밝힐 것이다. 조사위로서는 ‘바꿔치기’ 의혹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다. 줄기세포가 한 때 있었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 원래 없었는데 어떻게 바꿔치기가 있었는지 미궁이다.

-- 2004년 논문의 줄기세포가 처녀생식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는데, 처녀생식을 인정하기 위해선 모계와 부계 각각의 유전자 검사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했는가

▲ 보통 DNA의 개체 동일성을 검사할 때 17개 정도면 동일성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번 조사에서) 48개 표시자를 사용했다. 유례가 없을 만큼 많은거다. 8개 유전자에서 변이가 나타났는데 양상이 아주 규칙적이었다. 혹자는 돌연변이 아니냐고 주장했으나 규칙적이어서 아니라고 봤다. 아주 가능성 높게 처녀생식이라고 본다.

-- 2004년도 논문의 경우 황 교수 팀이 처녀생식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는데.

▲ 논문에서는 처녀생식의 가능성만 지적했다. 정작 처녀생식의 산물인지는 황 교수팀 본인들도 몰랐다. 조사위의 과학적 업적은 바로 처녀생식을 밝혀낸 것이다. 황 교수팀은 처녀 생식의 가능성을 알아보는 어떠한 시도도 없었다. 줄기세포라고 허위로 보고하는데만 신경을 썼던 걸로 보인다.

-- 논문 공동저자가 어느정도 조작에 관여 했는지.

▲ 2004년 논문엔 15명, 2005년 논문엔 25명의 저자가 있다. 도합 40명에 대해 조작개입 여부에 대해 철저히 조사했다. 물론 보고서에 자세히 기술했다. 다만 어려움을 느낀 점은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린 것이다. 모두 기록해 놓았고 추후 수사기관에서 밝혀지길 기대한다.

-- 2004년 논문도 황우석 교수가 조작을 지시한 것인가

▲ 보고서에 기술해 놓았다. 조사위는 과학적 진실을 밝히는 것은 할 수 있으나, 진술을 통해 얘기하지 않은 것은 밝힐 수 없다.

-- 뉴스위크지에 따르면 황 교수의 핵치환 기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데

▲ 핵치환 기술 자체는 많은 실험실에서 하고 있다. 황 교수의 핵치환 기술을 인정하고 상당경험 있고 그 결과는 스너피 복제를 했다는데서 나타난다. 다만 2004년과 2005년 논문에서 맞춤형 체세포 줄기세포를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미 뉴캐슬 대학에서도 황 교수의 기술이 있다. 황 교수팀이 배반포 단계까지 형성한 것만은 사실이다.

-- 미즈메디에 체세포 줄기세포 배양 능력이 없다고 봐도 되나

▲ 아니다. 아마 콜로니 상태에서 더 나가지 못한 것은 핵이식 줄기세포가 더 이상 자라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 2004년 논문 책임자였던 류모 연구원은 조작 사실을 사전에 알았나

▲ 사전 인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면답 과정에서 실험이 이뤄지는 과정을 보유하고 있는 제 1번 줄기세포 DNA분석 과정에서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그 다음 연구 결과를 철저히 분석했다. 결국은 진술에 의하기 보다는 저희 위원회가 심층 분석한 것이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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