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우주센터 '외나로드'를 가다

  • 입력 2003년 6월 8일 1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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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시에서 2시간 차를 타고 남쪽으로 가면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다다른다. 육지 끝에 와 보니 다리 건너에 섬이 보였다. 차를 타고 섬 끝까지 가로지르자 또 다른 섬이 나타났다. ‘외나로도’라는 이름의 섬이다. 배를 타고 섬을 절반쯤 돌자 산 중턱에서 막 공사를 시작한 현장이 보였다. 한국 최초의 우주센터를 짓고 있는 곳이다. 외나로도 우주센터는 이달 중순에 착공식을 가진 뒤 2005년에 완공될 계획이다. 정부는 그해 과학위성 2호부터 우리가 만든 위성을 우리가 만든 로켓에 실어 이곳에서 발사할 예정이다.》

우주센터가 완공되면 로켓과 위성의 제작부터 발사, 운영까지 모든 기술을 갖추게 돼 ‘우주개발 선진국’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류정주 우주센터장은 “이 우주센터를 통해 한국이 세계 13번째 로켓 발사장 보유 국가가 된다”고 말했다. 완공된 우주센터에는 50∼60명이 머물 예정이다.

“저 산의 중턱을 ㄴ자로 깎아 로켓 발사장을 만듭니다.”


2005년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에 건설될 우주센터 전경. 가장 왼쪽에 있는 곳이 로켓 발사장이다. 제주도와 여수시 돌산도에는 로켓 추적 레이더가 설치된다.-사진제공 항우연

배가 공사장에 다가가자 함께 있던 민강우 우주센터 체계관리그룹장은 해안까지 길게 나와 있는 산줄기를 가리켰다. 그곳은 오래전부터 발사장 건설을 기다렸다는 듯 언덕이 평평하게 이어지다 갑자기 경사를 그리며 솟아 있었다. 마음속으로 산을 ㄴ자로 깎아보니 그럴듯한 발사장이 그려졌다.

로켓 발사장은 우주센터의 핵심이다. 발사장엔 과학위성(100kg급)과 다목적 위성(1t급)을 발사할 수 있는 2개의 발사대가 들어선다. 로켓의 위치를 추적하는 추적 레이더는 센터에 설치될 소형 레이더와 함께 여수시 돌산도와 제주도에 한개씩 설치된다. 전체 운영은 통제센터가 맡는다. 이 밖에 우주체험관, 조립·시험시설, 프레스센터, 숙소가 들어선다. 우주센터는 모두 150만평 규모로 건물은 8만평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숲으로 보전된다. 민 그룹장은 “처음에 환경단체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는데 이처럼 환경보전 계획을 만들어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는 발사장을 건설할 만한 땅이 많지 않다. 로켓이 잘못 발사되거나 엉뚱하게 날아가더라도 주변과 이웃나라에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 우주센터는 태평양 서부를 향해 위성을 발사할 때 15도 각도의 너비를 확보할 수 있다. 발사장을 중심으로 지름 2km는 안전구역이다.

당초 외나로도와 경남 남해 2곳이 최종 후보지였는데 2001년 1월 과학기술부가 이곳을 선정했다. 이철형 박사는 “그동안 주민들을 설득해 이해를 구하고 적절한 보상비로 주변 땅을 사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곳에서 과학기술위성 2, 3호, 다목적 실용위성 5호를 비롯해 2015년까지 모두 인공위성 9개를 로켓에 실어 발사할 계획이다.

현재 발사 계획 중인 9개의 위성을 외국에서 발사하면 모두 1020억원이 드는데 우주센터를 통해 비용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게 된다. 우주센터는 앞으로 위성 제작 및 로켓 발사와 운영 기술을 확보해 세계 소형위성 발사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우주센터는 우주 과학을 맛보는 장소로도 활용된다. 2700평 규모의 우주체험관에는 로켓과 인공위성 모형을 비롯해 우주개발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자료가 전시되고, 우주공간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선보인다. 또 우주캠프 같은 다양한 우주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될 예정이다.

고흥=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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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주 우주센터장▼

류정주 우주센터장은 “우주센터는 우주 개발 기술의 자립뿐 아니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에 둘러싸인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에서 국력을 상승시키는 전략적인 효과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경제 규모에 비해 1500억원이 들어가는 우주센터가 과다투자 아니냐는 일부 지적에 대해 우주센터는 과학기술 발전 이상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동북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발사장이 없었던 한국의 위상이 앞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류 센터장은 우주센터에 건설할 우주체험관이 청소년들에게 우주에 대한 꿈을 심어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청소년들이 이곳에서 우주를 보고 만지고 느끼고 체험하면서 세계관이 넓어지고 과학에 대한 흥미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다. 그는 “미국 케네디 우주센터는 체험관이 우리 우주센터 전체보다 크다”며 “그들보다 작지만 내실 있는 전시와 운영으로 연간 수십만명이 방문하는 우주 교육의 장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류 센터장은 관광지가 많은 고흥군을 우주센터와 연결하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우주해양 테마 관광지’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고흥=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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