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창원/세계흐름 놓친 게임업계

  • 입력 2002년 5월 27일 18시 51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22일(현지 시간)부터 사흘간 열린 세계 최대의 게임박람회 ‘E3’는 한국의 게임산업이 세계적 흐름에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생생히 보여주었다.

세계 게임산업은 정보기술(IT) 분야에서 핵심자리를 굳혀 나가고 있다. 특히 가정용 비디오게임 분야의 비중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게임산업은 PC 온라인게임에만 안주한 나머지 세계게임 시장진출 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불과 4, 5년 전만 해도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 정도로 무시됐던 비디오게임이 최근 왕성한 소비력을 자랑하는 18∼35세 연령층의 주요 오락거리로 떠올랐다. 현재 비디오게임을 즐기는 미국 성인 10명 중 6명은 앞으로 10년 동안 계속 이 게임을 할 것이란 조사결과도 나왔다.

지난해 연간 94억달러였던 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올해에는 117억달러, 2004년에는 218억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비디오게임이 차지하는 비율은 현재 약 60%이며 갈수록 비중이 커질 전망이다.

이런 흐름은 이번 로스앤젤레스 게임쇼에서도 뚜렷이 나타났다. 주전시장을 ‘점령’한 해외 주요 게임업체들은 고화질, 고음질의 비디오게임을 선보여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반면 이번 E3에 참가한 30여개의 한국 게임업체는 온라인게임에 치중했다. 비디오게임 소프트웨어를 출품한 회사는 2곳에 불과했다. 비디오게임이 주류인 세계시장에서 한국 게임산업은 ‘외로운 섬’이라는 느낌마저 주었다.

더구나 올해 8월부터 시작하는 플레이스테이션2, X박스 등 비디오게임기의 온라인 서비스와 외국 게임업계의 온라인게임 진출 예고는 ‘온라인게임 강자(强者) 한국’의 입지마저 흔들 수 있다.

게임산업은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분야로 꼽힌다. 한국 게임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기존 온라인게임에서의 비교우위를 지켜나가면서 동시에 새로운 세계의 흐름에도 발빠르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

김창원기자 경제부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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