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 번호 암거래 성행…금융사기 손실 年 10억달러

  • 입력 2002년 5월 14일 17시 46분


‘인터넷 상에서 누군가 당신의 신용카드 번호를 노리고 있다.’

개인들의 신용카드 번호가 매주 수만개씩 인터넷 암거래 사이트들을 통해 거래되고 있으며 거래된 카드 번호를 이용한 금융 사기로 금융 기관들이 연간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의 손실을 입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3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사이버 범죄의 최신 형태인 이 같은 ‘카드 번호 암거래’는 우크라이나 등 구소련 국가 출신이나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인들에 의해 주로 저질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철저히 회원제로 운영하는 암거래 사이트에는 ‘검은 모자’로 불리는 해커들이 온라인 소매업체 서버를 해킹해 얻어낸 고객들의 신용카드 번호들을 매물로 내놓는다.

카드 번호의 신빙성, 매물을 내놓은 사람의 신용도, 정보의 충실도에 따라 카드 번호 한 장에 40센트∼5달러에 팔린다. 예를 들어 CVV2코드(카드의 보안을 위한 별도 번호)가 포함된 카드의 번호는 보통 카드의 번호보다 2∼3배 비싸게 거래된다. 카드 번호는 낱개로 거래되기보다는 250개에 100달러, 5000개에 1000달러 하는 식으로 무더기로 거래된다.

여기에서 구입한 카드 번호는 주로 온라인 소매업체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데 쓰이지만, 일부는 온라인 뱅킹으로 돈을 빼내는 데 쓰이기도 한다.

컴퓨터 보안업체인 ‘컴퓨터 시큐리티 인스티튜트’의 리처드 파워는 “온라인 거래가 보안상 허점이 많아 이러한 사이버 범죄가 활개를 친다”며 “카드 번호 암거래에 의한 금융 기관의 실제 손실액은 연간 수백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비자사의 컴퓨터 보안 담당자 존 쇼그네시는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협력하고 있지만 카드 번호 암거래 관련자들을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가명을 쓰는 거래 참여자들은 주기적으로 암거래 사이트의 주소를 변경하며, 돈 거래도 안전한 인터넷 계좌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타임스는 거래 참여자들이 대부분 반미(反美), 반(反)서구 성향을 갖고 있으며, 오프라인에서 모임을 계획할 정도로 대담성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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