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정거장 승무원 물은 어떻게 마시나?

  • 입력 2000년 11월 8일 19시 03분


지난달 31일 3명의 승무원이 117일간의 체류 일정으로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했다. 이들은 넉달에 가까운 기간 동안 우주정거장에 마련된 거주동에서 자급자족하며 살아가야 한다. 각종 기구와 생필품은 이미 갖춰진 상태이지만 생존에 가장 중요한 물은 어떻게 해결할까?

우주정거장의 첫 번째 모듈 ‘자르야’에는 약 40ℓ의 물이 들어 있는 자루가 여러 개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일주일도 버티기 어렵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거주동 의 공기에 함유된 습기까지 수거하여 물로 재활용하는 최첨단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 장치는 승무원은 물론 실험동물의 입김, 땀, 배설물 속의 물기를 모조리 수거해 재사용한다. 아침까지도 쥐의 방광에 있던 물을 저녁에 사람이 마신다. 72마리의 쥐에서 회수되는 물은 한 사람에서 얻는 양과 같다.

그렇다고 역겨워할 필요는 없다. 이렇게 회수된 물도 정수장치를 거치면 어떤 수돗물보다도 깨끗해지기 때문이다. 정수의 첫 단계는 회수된 물의 부유물을 없애는 것. 이어서 다중 필터로 물을 걸러 불순물을 제거한 뒤 최종적으로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살균한다.

이런 장치가 있더라도 지구에서처럼 물을 펑펑 쓸 수는 없다. 승무원들은 분무기로 천을 적셔 세수를 하고 손을 닦는다. 지상에서는 보통 샤워하는데 물 50ℓ를 쓰지만, 우주정거장에서는 몸을 닦는데 4ℓ로 제한해야 한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몇몇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물을 잃게 된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물은 우주왕복선을 통해 공급돼야 한다.

사실 물의 순환이 우주정거장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지구 자체가 하나의 큰 폐쇄 시스템으로 거대한 규모의 순환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마시는 물 한 컵에도 한때는 네오나르도 다 빈치의 오줌이었던 물분자가 몇 십 개쯤 들어 있다.

<강석기동아사이언스기자>alchimist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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