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과학의 8대 과제]암흑물질의 정체

  • 입력 2000년 8월 30일 18시 41분


우주에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태양 근처, 은하 및 은하단 내부 등 우주 곳곳에는 빛을 발하는 물질보다 보이지 않는 물질, 다시 말해 암흑물질이 전체의 90%에 이른다. 암흑물질은 빛을 내지 않지만, 질량을 갖기 때문에 주변에 미치는 중력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암흑물질 후보로는 평범한 물질, 즉 바리온으로 이루어진 블랙홀, 별이 되지 못한 갈색왜성, 목성과 같은 행성 등을 흔히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표준우주모델에 따르면 이들로 충분치 않다. 그래서 입자물리학자들은 초기우주에서 생성된 이상한 소립자들인 중성미자, 윔프(WIMP), 액시온 등을 후보로 제시한다. 이들은 다른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지하에 설치된 특별한 검출장치를 이용해 희귀한 반응을 포착해야 한다. 빛 알갱이(광자) 다음으로 개수가 많은 중성미자의 경우 최근 질량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암흑물질 문제를 풀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하지만 서울대 김수봉교수(물리학부)는 “이번 실험은 중성미자의 절대질량을 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성미자를 암흑물질의 후보에서 배제하는 일은 시기상조”라고 언급한다.

한편 암흑물질은 거대가속기를 통해 모습을 드러낼지 모른다. 가장 기대되는 실험은 2006년 가동될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를 통해 양성자의 질량보다 1천배 큰 윔프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 우리나라 학자도 30여명이나 참여한다.

과연 암흑물질의 정체가 밝혀지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 우주의 밀도가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현재의 우주가 계속 팽창할 것인지, 아니면 다시 수축할 것인지 우주의 미래가 결정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최기운교수(물리학과)는 “보이는 우주를 이루는 물질이 우주의 작은 일부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동아사이언스이충환기자>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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