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만? 대우도 있다! '디지털TV 전쟁' 확산

  • 입력 2000년 8월 22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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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10시반 서울 남대문 연세빌딩 1층 전시장. 6대의 32인치 TV 화면에선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볼륨을 높이자 홀을 둘러싼 6대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헬리콥터 소리에 바닥이 윙윙거렸다. 마치 영화관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이날 행사는 대우전자가 개발한 디지털TV를 시연하는 자리.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대우전자가 이날 디지털TV를 내놓으면서 가전 3사의 본격적인 내수 시장 경쟁이 시작됐다.

▽수요층이 누구냐〓대우전자가 선보인 모델은 브라운관 방식의 고선명(HD·High Definition) 디지털TV. 32인치급으로 겉모습은 일반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TV와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화질이 일반 아날로그TV보다 5배 가량 선명하고 디지털 수신장치가 내장돼 있어 디지털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는 게 다른 점. 가격은 350만원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일찍부터 국내외에서 디지털TV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처해왔다. 양사의 주력 디지털TV는 60인치 전후의 초대형 프로젝션TV. 가격도 최대 1000만원을 넘어 웬만한 소형차 가격에 육박한다. 그러나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기에는 가격과 크기 면에서 부담스럽다는 게 대우측 주장.

대우전자 장규환(張奎煥)디지털사업부장은 “대우전자가 32인치 브라운관 방식을 주력모델로 채택한 것은 마케팅 전략에 따른 것”이라며 “60인치급 TV는 아파트 현관도 통과 못하는 등 국내 실정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형 TV를 중심으로 라인업을 짜고 있는 삼성과 LG의 입장은 다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본 방송이 시작된 것도 아닌데 350만원을 들여 32인치 TV를 살 고객이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현재 1000만원이 넘는 대형 디지털TV가 300만원대로 가격이 떨어져야 본격적인 수요층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때이른 시장 경쟁〓디지털TV 방송은 다음달 시험 방송을 거쳐 2002년 월드컵에 맞춰 수도권에서 본 방송이 시작될 예정이다. 전국적인 디지털TV 방송은 2006년이 되어야 가능할 전망. 아직 시장 경쟁을 하기에는 이르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시장 규모를 보면 업계의 발빠른 경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2006년까지 국내 디지털TV 시장은 400만대, 9조6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까지 현재의 아날로그TV가 모두 디지털TV로 교체된다고 가정하면 국내 시장은 약 30조원에 이르게 된다. 세계시장 규모는 9000만대로 약 1800억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 규모.

이 때쯤이면 TV는 ‘바보상자’에서 양방향 데이터 방송을 가능케 하는 가정의 핵심 정보기기로 자리잡게 된다. 가전업체 입장에선 디지털TV는 시장 규모도 규모지만 가전업체로 남느냐, 아니면 디지털 첨단 정보기기 업체로 변신하느냐의 시험대라는 의미도 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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