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게놈연구의이면 유전자변형식품 안정성 논란

  • 입력 2000년 8월 9일 18시 33분


‘식물게놈프로젝트’라는 표현은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하다. 이에 비해 ‘유전자변형(또는 조작)식품’은 귀에 익은 말이다. 그런데 이 두가지 용어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식물게놈프로젝트의 성과는 곧바로 유전자변형식품을 개발하는데 응용되기 때문이다.

유전자변형식품은 이미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 병충해나 농약에 잘 견디는 생물로부터 특정 유전자를 추출하고, 이를 자연산 콩이나 옥수수에 삽입한 결과물이다. 만일 식물의 게놈정보가 모두 밝혀지면 현재보다 훨씬 다양한 식품이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인삼의 항암성분 유전자를 추출해 벼에 삽입시킨다면 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

문제는 유전자변형식품이 건강에 부작용을 일으키는지 여부가 아직 논란중이라는 점이다. 한 예가 표식유전자의 유해성 여부. 유전자를 변형시킬 때 원하는 유전자가 제대로 삽입됐는지 알기 위해 표식유전자가 함께 사용된다.그런데 흔히 표식유전자는 항생제에 잘 견디는 특성을 가진다.

그렇다면 표식유전자가 사람의 장에 들어왔을 때 별다른 위험이 없을까. 이 유전자가 만든 단백질이 알레르기나 독성을 일으키지 않을까.

놀랍게도 이에 대한 입장은 극적으로 대비된다. 지난 7월 21일부터 3일간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선진8개국(G8) 정상회담에서 드러난 견해차이가 이를 말해준다.

23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유전자변형식품에 대해 입장이 다른 두가지 학파가 있다”고 말했다. 즉 미국과 캐나다가 지지하는 ‘미국 학파’는 건강 무해론을 펼친 반면, 유럽과 일본이 주축이 된 ‘다른 학파’는 좀더 많은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는 신중론을 표방했다. 특히 영국의 광우병과 벨기에의 다이옥신 사건을 경험한 유럽인에게 외래 유전자를 삽입한 식품의 안전성 문제는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다.

정상회담에서 양쪽 학파 모두 ‘과학’의 이름을 내세워 안전성 여부에 대한 논란을 벌였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이미지의 상징인 과학이 유전자변형식품에 관해서는 두손을 들고 있는 셈이다. 식물게놈프로젝트의 완성은 한편으로 유전자변형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김훈기 과학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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