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스스" 납량사이트 강심장도 등골 '오싹'

  • 입력 2000년 7월 30일 19시 59분


공포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무섭고 섬뜩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호기심을 자극한다. 사람들은 무서움에 떨면서도 불빛에 몰려드는 나방처럼 공포물을 탐닉한다. 어렸을 때 이불을 뒤집어 쓰고 ‘전설의 고향’을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이해가 빠를 것이다.

의학자들은 공포감이 교감신경을 흥분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말한다. 이 흥분작용에 의해 순간적으로 적은 양의 땀이 분비되고 땀은 체외로 나오자마자 바로 증발, 체온을 빼앗아 간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서늘한 느낌이 든다는데….

무덥고 짜증나는 한여름밤, 인터넷 세상으로 가서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보자.

1.삶과 죽음

시체실 아르바이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죽은 자를 염하기 전 포르말린 용액으로 깨끗이 닦아 염라대왕전 문안을 준비하게 하는 그 일 말이다.

사실 이 아르바이트는 작업 자체가 주는 공포와 더불어 ‘짭짤한’ 수입으로 돈이 아쉬운 젊은이들 사이에서 많이 회자되어 왔다.

인터넷 의학방송 메드TV21(www.MedTV21.net)의 다큐멘터리 ‘우리는 지금 시체실로 간다’는 시체실의 모든 것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구급차에서의 인공호흡부터 사망, 시체 보관용 냉장고, 시체를 염해서 관에 넣고 영안실로 보내는 과정 등 보기 힘든 장면들이 소개된다. 방송사측은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등등의 제작의도를 밝혔으나 보통사람은 시종일관 오싹함을 떨쳐낼 수 없다. 이 방송을 보고도 시체실 근무를 자원한다면 진짜 ‘강심장’이다.

2.엽기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엽기’라는 말이 유행이다. 사전을 찾아보면 엽기는 극도의 잔인함을 지칭하는 말. 하지만 요즘엔 ‘멋지다’‘괜찮다’는 말 대신으로 ‘무분별’하게 쓰인다.

단무지(www.danmoozi.co.kr)에서는 8월10∼12일 예정으로 ‘무인도 엽기미팅’을 준비하고 있다. 2박3일 동안 엽기와 괴기를 합쳐놓은 미팅을 가진다는 목표. 참가자들은 무인도 도착과 동시에 현대문명에 안녕을 고해야 한다. 저녁시간에는 참가자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이벤트도 준비되어 있다. 해변에 모여 귀신이야기를 나눈 뒤 심야 섬탐험에 나서야 한다는데….

진짜 엽기적인 볼거리를 원하는 사람은 헬존(hyun.2in1.net)에 들러보면 된다. ‘중국과의 무역을 원하십니까’라는 배너광고가 떠 약간 우스운 생각이 들긴 하지만 갖가지 잔혹한 사진들을 모아놓은 이 사이트를 둘러보고 나면 미성년자 노약자 임산부는 절대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메시지가 가슴에 사무치게 다가올 것이다.

3.괴기

허공에 떠 있는 핏기 없는 하얀 손. 손을 클릭하면 붉게 물든 글자가 나타나며 울음인지 신 음인지 모를 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귀신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하는 ‘떠도는 넋(www.ghost.oo.co.kr)’ 사이트다.

불에 타 폐허가 된 집의 마당에는 하얀 고무신이 놓여있다. 그림 위로 마우스를 가져가면 죽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며느리, 시누이의 소름 끼치는 모습이 나타난다.

아래쪽의 메뉴로 들어가면 귀신이란 무엇인가, 신들린 사람의 증상 등의 정보와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보았을 법한 귀신 이야기가 나와 있다. 제목만 보고 무섭지 않을 것 같다고 방심하면 안된다. 메뉴를 누를 때마다 여자의 비명소리, 창백한 소복 입은 귀신이 갑자기 튀어나오니까.

4.멀티미디어

공포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홈페이지를 만들거나 PC를 장식할 수 있는 이미지와 사운드파일, 글꼴, 스크린세이버 등 갖가지 자료를 얻을 수 있다. PC를 켤 때마다 나를 노려보는 귀신에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이용해 보자.

호러월드(www.horrorworld.pe.kr)에선 Bl―ood, Hell, Skulls 등 제목만 봐도 분위기가 파악되는 스크린세이버, 피가 줄줄 흐르는 듯한 갖가지 공포스러운 글꼴, 무서운 소리를 내는 음악파일 등 다양한 자료들을 얻을 수 있다.

전설의 고향(www.kbs.co.kr/drama/legend/) 홈페이지에서는 다시 봐도 반가운(?) 귀신들의 모습을 스크린세이버와 바탕화면용 사진으로 제공한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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