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엔 과학이 숨쉰다

  • 입력 2000년 7월 5일 19시 24분


한여름 입안에서 사르르 녹으며 더위도 달래주는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의 인기 비결은 뭐니뭐니 해도 차가우면서도 부드럽다는 것. 그렇다면 아이스크림의 부드러움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아이스크림의 독특한 풍미를 결정하는 것은 크림이나 버터에서 얻을 수 있는 유지방과 탈지분유에서 얻는 무지고형분(지방을 뺀 고형성분)이다.

유지방은 2μ(1μ〓100만분의 1m)이하의 크기로 입안에서 쉽게 녹고 크림과 같은 부드러운 조직을 갖도록 한다. 대체로 고형성분은 지방과 같이 아이스크림의 조직을 매끄럽게 유지시키면서 저장중 온도가 변하더라도 아이스크림 내부입자들이 서로 결합해 커지는 것을 막는다.

유지방 덕분에 사르르 녹는 아이스크림일지라도 너무 쉽게 녹아버리면 곤란하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과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수용성 고분자인 안정제다. 이것은 수분과 결합해 쉽게 녹아 흘러내리는 것을 막아주고 아이스크림의 부드러운 맛을 유지시킨다.

안정제가 없으면 얼음결정이 빨리 자라기 때문에 부드러운 조직 대신에 거친 조직이 만들어진다. 흔히 녹았다가 다시 얼린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모래같이 딱딱한 얼음알갱이가 들어있는 느낌을 받는다. 이는 아이스크림 내부의 얼음과 유당의 결정이 자라났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 보관 온도가 대개 섭씨 영하 20도 이하. 이보다 온도가 더 높은 상태에서는 아이스크림의 얼음결정이 서서히 자라게 된다.

크림과 버터 등 지방성분을 물에 잘 분산시키는 유화제도 아이스크림의 조직을 부드럽게 만드는데 한몫한다.

아이스크림의 재료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아이스크림을 부드럽게하는 1등 공신은 사실 공기다. 롯데삼강 상품개발실장 이용현박사는 “우유 크림 분유 설탕 등을 섞어 얼릴 때 조직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특수기구를 이용해 공기를 주입한다. 이때 들어가는 공기의 양에 따라 아이스크림은 부드러움, 아니면 진한 맛의 길을 택한다”고 말한다.

만약 아이스크림에 공기가 없다면 딱딱한 우유덩어리를 깨서 먹어야 할 것이다. 보통의 아이스크림은 아이스크림 재료 부피의 80∼100%에 해당하는 공기를 집어넣는다. 예를 들어 우리가 먹는 1ℓ의 아이스크림에는 0.5ℓ 정도의 공기가 들어있다는 얘기.

아이스크림이 부피에 비해 가벼운 것도 공기 때문이다. 근래 등장한 유지방 15% 이상의 고급 아이스크림이 진한 맛을 내지만 다른 것에 비해 단단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공기의 함량이 20∼30%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장경애과학동아기자>kajang@donga.com

▼아이스크림은 배탈과 상관없어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사람들은 시원하다고 생각한다.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식도와 위를 지나면서 내장기관의 열에너지를 빼앗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아이스크림뿐만 아니라 찬 음식을 많이 먹으면 배탈난다는 말이 있다. 이에 대해 김영호(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교수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찬음식을 먹으면 설사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지만 정상적인 사람이 찬음식을 먹으면 설사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은 아이스크림을 달콤하고 부드러운 만큼 가까이 하기에 어려운 존재로 느낀다. 유지방이 8%인 아이스크림은 100g당 180kcal의 열량을 낸다. 여기에 초콜릿이나 과자가 들어가면 열량은 더 늘어난다. 밥 한공기가 약 400kcal이므로 아이스크림은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열량이다.

▼날씨와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의 역사는 꽤 길다. 흔히 아이스크림을 서양음식으로 알고 있지만 그 기원을 따지면 동양음식으로 분류하는 게 옳다. 고대 중국인들이 기원전 3000년 경부터 눈 또는 얼음에 꿀과 과일즙을 섞어 먹었다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팥빙수 사촌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에 비해 서양에서는 기원전 4세기 경 알렉산더 대왕이 눈에 꿀과 과일, 그리고 우유를 섞어 먹었다는 것.

아이스크림을 제일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개인당 연간 22ℓ를 소비하는 미국이다. 우리나라는 약 8.5ℓ 정도. 더운 나라일수록 아이스크림 소비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꼭 그렇지 않다.

유럽의 경우 따뜻한 그리스나 스페인보다 스웨덴, 핀란드와 같은 북유럽 국가에서 아이스크림 소비가 더 많다. 그 이유는 남쪽 나라들은 과일이 풍부하기 때문에 디저트로서 아이스크림의 설자리가 그만큼 좁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은 날씨가 무조건 덥다고 해서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아이스크림은 온도가 섭씨 25∼30도 사이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 이 온도에서는 눈금 하나가 그야말로 돈이다. 1도 차이에 따라 수억원씩 판매액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30도를 넘어서면 오히려 아이스크림 시장은 시들해진다. 이때는 사람들이 얼음이 많이 섞인 빙과류나 음료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 기온이 높아도 가을 날씨처럼 대기가 건조하고 일교차가 크면 아이스크림 소비량은 뚝 떨어진다. 더우면서 흐린 날, 즉 후텁지근한 날일수록 아이스크림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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