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인력 '풍요속의 빈곤'…전문인력만 선호

  • 입력 2000년 7월 2일 21시 22분


인터넷 업계에서 인력이 부족하다고 야단이다. 스카우트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몸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몇 억원의 스톡옵션은 기본이고 연봉이 수억원이라는 사람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따라서 대다수 사람들은 ‘웹’자 들어간 직업을 가지면 최소한 수천만원대의 연봉을 받으며 좋은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오해다. 인력 스카우트가 치열하다는 것은 단지 이들 직종에 당장 데려다 쓸만한 경력자가 없다는 것을 말할 뿐이다. 업계에서는 구직자는 많지만 업무를 맡길 만한 적임자는 적은 ‘풍요속의 빈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한다. 몇억원의 연봉을 받는 사람도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 벤처의 급여수준은 그저 ‘중소기업’ 수준이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첫째 우리나라 벤처업계가 최근 몇 년 사이에 급격하게 덩치가 커진데 기인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인력투자에 인색한 벤처기업 자신들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자체 인력을 키우기 보다는 외부에서 인재를 스카우트하는데 급급한 풍토 때문에 고급 인력이 모자라는 악순환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이런 풍토가 연봉의 부익부 빈익빈 사태를 부추기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벤처업계의 주장처럼 모든 분야에서 인력이 모자라기만 한 것도 아니다.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분야도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 취업사이트 잡링크(www.joblink.co.kr)에 따르면 최근 인터넷검색사 등 소위 ‘유망 자격증 직업’들에서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또 벤처업계가 구인구직 전문사이트에 구인 의뢰하는 인재는 대부분 일반직이 아닌 전문직이다. 일반 사무직에 대한 요구는 거의 없다. CEO급 인력과 관리직도 원하는 업체는 적은 반면 공급은 수요를 훨씬 초과하는 상태다.

벤처업체들이 선호하는 인재의 조건은 △서울 지역 거주 △경력 3년 이상 △연령 20대 후반∼30대 초반 △학력은 대졸인 경우가 가장 많다. 이것은 벤처업계 자신들이 이미 ‘보이지 않는 장벽’을 쌓아두고 인력부족을 부추기고 있다는 말이 된다. 따라서 업계 일부에서는 “벤처기업들이 근시안적 인사정책을 버리고 스스로 인재를 길러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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