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의사들은 아침부터 병원을 비워 전국 상당수의 개인병원과 의원들이 종일토록 집단휴업했다. 서울의 경우 개인 병의원 4991곳 중 3989곳(79.9%), 부산 1699곳 중 1338곳(78.8%), 광주 628곳 중 409곳(65.1%) 등 전국의 개인 병의원 10곳 중 8곳 꼴로 휴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종합병원과 일반병원들은 휴진한 곳이 단 한군데도 없었다.
이날 휴진 사실을 모르고 개인 병의원을 찾았던 환자들은 불평을 터뜨리며 집으로 돌아가거나 인근 종합병원으로 발길을 돌려 종합병원과 보건소 등에는 몰려든 환자들로 평소보다 2∼3배가량 진료시간이 길어졌다.
이날 오후 1시반경 11개월된 딸이 아파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서울시립보라매병원 소아과를 찾은 주부 정모씨(31·서울 관악구 신림11동)는 “집근처 소아과가 문을 닫아 할 수 없이 이곳에 왔다”며 “1시간반동안 의사를 만나지도 못한 채 아이는 계속 토하고 있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평소 집근처인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한 정형외과를 다니다 이날 중대용산병원을 찾은 이순희씨(53·여)는 “당직 의사의 간단한 진찰만 받고 약을 타가는 데도 평소보다 배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불평했다.
서울 동대문 및 중랑보건소 등에도 환자들이 몰리면서 진료대기 시간이 평소보다 배가량 늘어나 환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지방의 경우 의사들이 서울 집회에 참석하느라 상경한데다 종합병원이 많지 않아 환자들은 더욱 큰 불편을 겪었다.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에 사는 주부 황현희씨(35)는 딸(3)의 감기치료를 위해 동네 병원을 찾았다 헛걸음을 한 뒤 10여㎞ 떨어진 종합병원으로 갔으나 환자들이 몰리는 바람에 2시간 이상 기다린 끝에 겨우 진료를 받았다.
한편 경실련, 녹색소비자연대, YMCA 등 3개 시민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의사회가 평일 대낮에 휴진한 채 사실상 집단진료 거부행위를 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의료인들이 그동안 누려왔던 반사회적인 기득권을 지키려는 온갖 시도를 하는데 대해 정부는 공정거래법 위반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재현·이헌진·박윤철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