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집회]동네병원 60~80% 휴진…종합병원 대란없어

  • 입력 2000년 2월 17일 19시 40분


전국 의사들과 병원직원 4만여명이 17일 일제히 휴업하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 참석해 전국 곳곳에서 진료 차질과 함께 환자들의 불편이 잇따랐다. 하지만 지난해 11월말 1차 집회 때와는 달리 언론 등을 통해 사전에 충분히 알려진데다 종합병원과 보건소 등이 정상적으로 운영된 탓으로 예상했던 만큼의 의료대란은 없었다.

이날 의사들은 아침부터 병원을 비워 전국 상당수의 개인병원과 의원들이 종일토록 집단휴업했다. 서울의 경우 개인 병의원 4991곳 중 3989곳(79.9%), 부산 1699곳 중 1338곳(78.8%), 광주 628곳 중 409곳(65.1%) 등 전국의 개인 병의원 10곳 중 8곳 꼴로 휴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종합병원과 일반병원들은 휴진한 곳이 단 한군데도 없었다.

이날 휴진 사실을 모르고 개인 병의원을 찾았던 환자들은 불평을 터뜨리며 집으로 돌아가거나 인근 종합병원으로 발길을 돌려 종합병원과 보건소 등에는 몰려든 환자들로 평소보다 2∼3배가량 진료시간이 길어졌다.

이날 오후 1시반경 11개월된 딸이 아파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서울시립보라매병원 소아과를 찾은 주부 정모씨(31·서울 관악구 신림11동)는 “집근처 소아과가 문을 닫아 할 수 없이 이곳에 왔다”며 “1시간반동안 의사를 만나지도 못한 채 아이는 계속 토하고 있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평소 집근처인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한 정형외과를 다니다 이날 중대용산병원을 찾은 이순희씨(53·여)는 “당직 의사의 간단한 진찰만 받고 약을 타가는 데도 평소보다 배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불평했다.

서울 동대문 및 중랑보건소 등에도 환자들이 몰리면서 진료대기 시간이 평소보다 배가량 늘어나 환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지방의 경우 의사들이 서울 집회에 참석하느라 상경한데다 종합병원이 많지 않아 환자들은 더욱 큰 불편을 겪었다.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에 사는 주부 황현희씨(35)는 딸(3)의 감기치료를 위해 동네 병원을 찾았다 헛걸음을 한 뒤 10여㎞ 떨어진 종합병원으로 갔으나 환자들이 몰리는 바람에 2시간 이상 기다린 끝에 겨우 진료를 받았다.

한편 경실련, 녹색소비자연대, YMCA 등 3개 시민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의사회가 평일 대낮에 휴진한 채 사실상 집단진료 거부행위를 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의료인들이 그동안 누려왔던 반사회적인 기득권을 지키려는 온갖 시도를 하는데 대해 정부는 공정거래법 위반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재현·이헌진·박윤철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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