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업체 회원정보 멋대로 공유

  • 입력 2000년 1월 20일 19시 37분


회사원 김모씨(30)는 최근 인터넷 쇼핑몰 업체로부터 뜻밖의 제품 안내 E메일을 받았다. 김씨는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어떻게 자신의 E메일 주소를 알았는지 알 수 없어 몹시 불쾌했다.

개인 정보 유출과 프라이버시 문제. 회원을 모집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급증하면서 등장한 ‘정보화 시대의 그늘’이다.

특히 최근 인터넷 사이트끼리 손을 잡고 고객 정보를 공유하는 경우가 크게 늘면서 개인 정보 유출의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연합 사이트 봇물〓적게는 6, 7개에서 많게는 10개 이상의 사이트가 함께 마케팅 활동을 벌이는 인터넷 연합의 표면적인 이유는 회원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하지만 정작 가장 큰 이유는 회원 확보에 있다.

지난해말 인터넷에서 서로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6개 업체와 손을 잡은 A사 관계자는 “인터넷 사이트 연합의 가장 큰 목적은 회원수를 늘리는 데 있다”고 단언했다. 회원수를 얼마나 확보했느냐가 사이트에 배너 광고 등을 유치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

회원을 확보하기에 가장 손쉬운 방법이 바로 개별 업체가 모은 고객을 서로 공유하는 것이다. 개인 신용정보는 인터넷을 통한 마케팅 활동을 벌이는 데 중요한 인프라 역할을 하기도 한다.

▽회원 공유는 무죄?〓신용정보의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개인의 신용정보를 제3자에게 넘기는 것은 대부분 법적으로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예컨대 A백화점의 고객 정보를 같은 계열사인 B호텔에 제공하는 것도 불법이다.

인터넷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법무법인 우방의 김철호(金鐵鎬)변호사는 “사이트 연합의 경우 회원에게 정보 공유를 사전에 미리 알리거나 약관에 명시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연합 사이트들은 연합 약관을 통해 개별 회원이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회원의 정보를 다른 업체에 넘기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약관을 꼼꼼히 읽어 보는 회원은 거의 없는 실정. 연합한 후에 다른 업체가 추가로 참여할 경우 일일이 회원에게 동의를 묻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그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다. 고객의 신용정보를 여러 업체가 공유하면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져 관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허술한 개인정보 관리〓1일 발효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법에 따르면 정보통신망을 통해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 ‘최소한의 정보’만 수집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수집자와 목적, 전화번호, 이용자의 권리 등을 알리거나 이용약관에 명시해야 한다.

한국정보보호센터가 최근 국내 쇼핑몰 200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개인정보 보호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61%에 해당하는 사이트가 가장 중요한 식별 정보인 주민등록번호 입력을 요구하고 있다. 서비스와 무관한 직업이나 직장 이름과 직책을 묻는 경우도 많았다. 반면 수집 목적과 이용 목적, 개인정보 관리책임자의 연락처 등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필수 정보를 명시하는 경우는 전체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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