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변형작물 개발]꿈의 식량-생태계 교란「두얼굴」

입력 1999-02-11 07:57수정 2009-09-2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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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과학기술이 양면성을 지니는 것처럼 유전자변형 기법도 인류에 유용한 측면과 치명적 해악을 몰고 올 가능성이라는 ‘두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전자변형 농작물 개발을 미래의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생태계 교란 등의 위험성을 소홀히 다루면 안된다고 경고한다.

95년 미국 등 일부국가가 유전자변형 농작물을 본격적으로 상품화한 이후 유해성 여부를 둘러싼 논쟁은 세계 각국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은 연구기간 내내 이같은 두 갈래의 시각을 의식하면서 극히 조심스럽게 신품종 개발작업을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농진청측은 “국가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프로젝트라는 확신이 있었지만 새 품종 씨앗이 다른 생물체로 옮겨가지 않도록 모든 작업을 밀폐된 공간에서 처리했다”고 소개했다.

학계와 소비자단체들은 이번 기회에 유전자변형 농작물의 실체와 유해 가능성 등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펼쳐져 범국가적인 유전자원 육성정책의 기본 틀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품종 개발 내용〓농업과학기술원은 90년초 한 연구원이 미국의 최신 연구자료를 들여온 것을 계기로 유전자변형 작물의 개발에 나섰다.

연구팀 관계자는 “생명공학을 연구한 학자로서 미국 캐나다 중국 등 다른 나라가 앞다퉈 유전자변형 품종을 개발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국내 소비량이 많으면서도 기후나 토양 특성상 병충해 피해가 유독 심한 8개 작물을 연구대상으로 선정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시험 논에 제초제를 뿌린 결과 피와 앵미 등 잡초가 깔끔하게 제거됐지만 벼에는 전혀 피해가 없었다.미생물에서 추출한 내충성(耐蟲性) 유전자를 배추와 양배추에 결합시키자 나비류 등 곤충의 피해가 없어져 생산량이 30% 이상 늘었다.

유전자변형으로 개발된 들깻잎은 노화방지와 두뇌발달 촉진에 효과가 있는 오메가3 지방산을 일반 들깻잎보다 10% 이상 더 함유한 것으로 나타나 국제특허를 출원키로 했다.

혈압상승을 억제하는 펩타이드 유전자를 전환한 토마토에서는 실제로 혈압이 오르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물질이 검출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유전자변형 농작물은 안전한가〓학자마다 의견이 엇갈리지만 인체 유해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례는 아직 없다.

특히 유전자변형 농작물의 최대 수출국인 미국은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식품의약국(FDA)의 까다로운 검사를 통과한 점을 들어 무해론을 펼치고 있다.

국내 연구를 주관한 황영수(黃永秀)박사는 “유전자변형 콩이 제초제에 강한 이유는 제초제를 먹어도 죽지 않는 게 아니라 제초제를 아예 흡수하지 않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유전공학적 관점에서는 유해성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그는 “농작물이 병충해에 못견디니까 농민들이 농약을 많이 뿌리게 되는 것”이라며 유전자변형 작물이 오히려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그러나 기존 식물에 새로운 유전자가 첨가되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인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근 유럽연합(EU)은 항생제 저항성 유전자를 사용해 개발된 농작물의 시판을 2002년부터 금지하기로 했다.

또다른 우려는 유전자변형 작물이 주변 생태계를 교란할지 여부.

기존 생태계에 존재하지 않는 신품종의 유전자가 재배과정에서 다른 작물로 옮겨가 돌연변이 등을 유발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지만 역시 과학적으로 증명되지는 않은 상태다.

▽농진청의 이후 계획〓농업과학기술원은 올해 벼 고추 등 신품종의 현장재배와 병행해 이들 작물의 안전성 검사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은종(李銀鍾)원장은 “신품종의 유전자만을 추출해 실험용 쥐에 집중 투여하고 씨앗이 주변 생태계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도 세밀히 관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농진청은 동시에 병충해 대처능력뿐만 아니라 수확량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새로운작물개발에도힘쓰기로 했다.

연구팀은 신품종 개발 대상으로 △도열병과 흰빛잎마름병에 강한 벼 △노균병에 강한 오이 △다수확성 상추 등을 꼽았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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