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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3월 25일 0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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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암컷의 바람기는 놀라울 정도다.
번식기의 야생토끼 암컷은 하루에도 여러차례 상대를 바꿔가며 교미한다. 교미후엔 체내의 정액을 배출하여 다음 교미 때 다른 수컷의 정액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제비의 암컷은 까다롭게 ‘외도’ 상대를 고른다. 항상 자기 짝보다 더 잘생긴 꽁지를 가진 수컷이 대상이다. 꽁지가 잘생길수록 병균에 저항력이 강해 건강한 새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극의 아델리 펭귄 암컷은 유리한 조건에서 알을 품으려고 ‘매춘’까지 서슴지 않는다. 차고 습한 환경에서는 알을 올려 놓는 반듯한 돌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암컷은 이웃의 수컷 펭귄에게 매춘을 하고 그 대가로 반듯한 돌을 얻어온다. 한 펭귄은 이런 방식으로 번식기 동안 62개의 돌을 챙겼다.
암컷의 바람기를 막기 위한 수컷의 꾀 역시 놀랍다.
줄무늬다람쥐 수컷은 번식기가 오면 암컷의 뒤만 졸졸 따라다니며 다른 수컷과 어울리지 못하도록 감시한다. 심지어 굴속에 암컷을 몰아넣은 다음 입구를 엉덩이로 막고앉아 있기도 한다.
어떤 다람쥐는 사정을 한 다음 고무진 같은 액체를 배설하여 암컷의 생식기를 틀어막는 ‘정조대’를 채우기도 한다.
동물학자들은 “암컷의 바람기는 더 나은 유전적 자질을 갖춘 후손을 얻기 위한 번식본능”이라고 풀이했다.
〈정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