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백의 발상의 전환]<29>대자연을 꿈꾸는 설치미술

동아일보 입력 2015-07-28 03:00수정 2015-07-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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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영진 작가
엄청난 자산가라면 최고의 건축가를 고용하여 근사한 건물을 짓고 또 거기에 자신의 소장품들을 전시하는 꿈을 가질 만도 하다. 2014년 가을, 루이뷔통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명품그룹 LVMH재단은 새로 미술관을 신축하고 대규모 설치작업을 선보였다. 파리 근교 불로뉴 숲 끝자락, 프랑크 게리(Frank Gehry)가 설계한 루이뷔통 미술관 개관을 기념하여, 빛과 공간을 활용한 올라푸르 엘리아손(Olafur Eliasson)의 특별전이 열렸다.

그의 작품 ‘접촉(Contact)’(그림 2014-2015년)은 개관전 전체의 제목이기도 하다. 칠흑같이 어두운 큰 방을 하나의 노란색 빛줄기가 가로지른다. 주위를 둘러싼 거울 벽들이 이 빛줄기를 반사시켜 선을 원으로 연결시키고, 또다시 공간으로 확장해 빛의 수평선을 이룬 것이다. 반면 약간 경사진 바닥은 달 표면처럼 울퉁불퉁하다. 관람자들은 마치 우주공간 속 소행성에서 부유하는 느낌을 갖는다. 이 침묵의 공간에서 개인은 자신의 존재도 잊은 채 명상으로 빠져든다.

이 작품은 2003년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의 터바인 홀에 설치했던 ‘날씨 프로젝트’와 같이 자연 및 우주의 신비를 연출해 낸 작업이다. 당시 그는 거대한 인공 태양을 만들어 관람자들을 정신적 황홀경에 빠지게 했다. 빛과 색채의 변화, 기하학적 형태와 반영의 표면효과를 실험하는 과학적이며 공학적인 그의 작업은 우리의 감각과 지각의 지평을 확장시킨다.

그의 작품은 웅장하면서도 고독한 북유럽의 낭만적 숭고를 물씬 풍긴다. 코펜하겐에서 태어난 아이슬란드 혈통의 엘리아손에게 북유럽의 자연환경은 창작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그는 어린 시절 아이슬란드의 자연을 아버지와 함께 자주 체험했던 것이 작업에 영감을 주었다고 말한다. 머리에 닿을 듯 낮은 하늘과 투명한 대기를 물감처럼 적시는 햇살, 그리고 아련한 바다, 북유럽의 자연을 직접 느껴본 자라면 엘리아손 작업의 진정성을 이해할 수 있다.

주요기사
나이가 들면 비로소 자연이 눈에 들어온다. 가장 보편적이고 궁극적 아름다움은 그대로의 자연이다. 막대한 자본과 첨단과학을 동원한 설치작업을 통해, 우리가 꿈꾸는 것은 결국 다시금 자연인 것이다.

전영백 홍익대 예술학과(미술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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