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포커스] 이소연 “또 악녀? 장희빈은 악 안쓰잖아요”

드라마 ‘동이’에서 새로운 장희빈으로 주목받고 있는 연기자 이소연.

■ 변신 화제 ‘동이’ 이소연

“‘장희빈 품위 있네’ 호평에 행복
‘천사의’ 이어 또 악역…괜찮아요”

“악역 이미지가 굳혀지면 어떻게 하냐고요? 호호호…”

‘복수의 화신’에서 ‘희대의 악녀’로…. SBS 드라마 ‘천사의 유혹’에 이어 MBC ‘동이’까지 1년 넘게 ‘악녀’로 살아가는 연기자 이소연의 얼굴은 아이처럼 천진난만했다.

‘동이’(극본 김이영·연출 이병훈)가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하루도 틈을 내지 못하고 바쁘게 촬영하고 있지만 “천민 출신에서 중전으로 신분이 상승해 전국 각지를 떠돌며 촬영하는 분량이 없어서 좋다”는 그녀를 25일 서울 남산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사극에서 표독스런 악녀의 대명사인 장희빈을 연기하는 그녀의 얼굴이 밝은 이유는 시청자들에게 요즘 “(장희빈이)앙칼진 악녀에서 세련되고 지적인 인물로 재탄생했다”는 평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 전 ‘동이’의 연출자 이병훈 감독은 “기존의 장희빈과 다르게 그리겠다”며 그녀에게 차별성을 요구했다.

“‘장희빈’하면 대표적으로 정선경, 김혜수 선배가 떠오르잖아요. 그만큼 악랄한 연기가 인상적이었고요. 그런데 감독님은 저에게 장희빈에 관한 방송, 서적 등을 전혀 보지 말라고 하셨어요. 역대 인물들과 전혀 다르게 우아하고 지적이며 품위 있는 장희빈을 연기하라고 주문해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소연이 연기하는 ‘동이’의 장희빈은 기존 작품과 달리 요염을 떨거나 악을 쓰지 않는다.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상대를 압도한다.

“사실 처음엔 시청자들이 원하는 장희빈이 ‘이게 맞나, 아닌가’ 혼란스러웠어요. 긴장감 있는 대사를 할 때도 겉으로는 부드러워도 상대방의 기에 눌려서는 안돼요. 이 부분을 어떻게 연기를 할지 고민하니 어렵더라고요. ‘천사의 유혹’에서는 너무 소리를 질러서 힘들었는데, 이제는 이게 더 힘들고 어렵네요.”

시간이 흐르자 일부 시청자들은 극 초반 지능적인 여성 CEO형의 장옥정이 질투에 눈이 멀어 악녀로 변해가는 것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감독님이 희빈이 ‘실패’한 것은 숙종을 인간적으로 너무 사랑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말씀하셨어요. 다음주부터는 숙종이 희빈에게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인지하게 되요. 그 후부터 숙빈이 되는 동이와 대립하는 거죠. 그 과정에서 희빈의 다른 모습이 나오니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전작에 이어 연이어 악역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 부담도 있을 것 같지만 그녀는 “절대요!”하며 고개를 저었다.

“악역을 많이 하면 이미지가 굳어 역할이 한정될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런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다만, 고민이 되는 것은 이제는 가만히 있어도 차갑게 눈빛이 변해서 정서적으로 안 좋은 것 같아요. 밝은 연기를 하면 실제로 활달해지거든요. 지금은 좀 이르지만 다음에는 어리바리하고 백치미 넘치는 ‘맹’한 연기를 하고 싶어요. 정말 자신있어요. 하하하.”

장희빈에 흠뻑 빠져 있는 이소연은 ‘장희빈의 최후’에 대해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하이라이트가 될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그녀의 자존심은 자신의 아들이 동이의 아들에 비해 지능이 떨어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아 결국 최후를 맞는 원인이 되요. 평범하게 죽을 것 같지 않아요. 그렇다고 발악하지도 않죠. 죽을 때만은 ‘멋진 여자가 저렇게 불쌍하게 죽는구나’하는 느낌이 될 것 같아요.”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