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7일 이해찬 총리와 자신에 대한 의혹을 해명하는 자리가 오히려 불씨만 키우게 되면서 해명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이뤄진 이 차관의 기자간담회는 사전에 총리실, 청와대와 사전협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관은 자신이 부산에 가게 된 경위를 설명하면서 “이번 골프 멤버들이 3·1절 골프뿐 아니라 2004년 9월에도 한 차례 라운드를 했고, 지난해에는 총리공관도 방문했다”고 뜻밖의 발언을 했다.
해석에 따라서는 이 총리와 이 차관, 그리고 부산 지역 인사들이 오래전부터 친분관계를 유지하면서 청탁이 오갔을 수 있다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왜 그랬을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차관 자신이 밝혔듯 의혹을 풀겠다는 의도였다고 볼 수 있다. 그는 7일 간부들에게 “기자들이 골프 경위 등을 계속 물을 텐데 소상하게 밝히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가 같은 날 국무회의에서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고 직접 사과했지만 총리에게 더는 불똥이 튀지 않도록 비서실장 출신인 이 차관이 의혹을 푸는 역할을 맡았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동안 3·1절 골프는 밀가루 가격 담합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발표를 하루 앞둔 시점에 이뤄져 ‘골프 로비’ 의혹을 받고 있었다.
두 번째는 실언설. 이 차관이 당초 10분으로 예정했던 간담회에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장황하게 설명하면서 안 해도 될 말을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치밀한 이 차관이 실수한 것 아니냐’는 말도 흘러나왔다.
이 과정에서 이 차관은 이 총리가 2004년 9월 골프를 치지 않고 저녁 식사만 함께했다며 전날의 발언을 정정하기도 했다.
세 번째는 청와대, 열린우리당과의 역할 분담설이다. 이병완(李炳浣)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부적절한 골프가 잘못됐다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총리 교체 사안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고 여당 의원들도 이 총리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이 때문에 당-정-청 교감 하에 이뤄진 ‘이 총리 구하기’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이 차관의 기자간담회는 3·1절 골프가 로비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의혹만 키웠다는 평가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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