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바꾼 李차관…“李총리 2004년부산골프”→“밥만 먹었다”

  • 입력 2006년 3월 9일 03시 04분


코멘트
이기우(사진)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이 3·1절 골프 모임 경위에 대해 해명한 지 하루 만인 8일 “다시 확인해 보니 2004년 9월 당시 총리는 골프를 치지 않았고 다른 행사로 내려갔다가 저녁 식사만 함께했다”고 정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7일 이해찬 총리와 자신에 대한 의혹을 해명하는 자리가 오히려 불씨만 키우게 되면서 해명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이뤄진 이 차관의 기자간담회는 사전에 총리실, 청와대와 사전협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관은 자신이 부산에 가게 된 경위를 설명하면서 “이번 골프 멤버들이 3·1절 골프뿐 아니라 2004년 9월에도 한 차례 라운드를 했고, 지난해에는 총리공관도 방문했다”고 뜻밖의 발언을 했다.

해석에 따라서는 이 총리와 이 차관, 그리고 부산 지역 인사들이 오래전부터 친분관계를 유지하면서 청탁이 오갔을 수 있다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왜 그랬을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차관 자신이 밝혔듯 의혹을 풀겠다는 의도였다고 볼 수 있다. 그는 7일 간부들에게 “기자들이 골프 경위 등을 계속 물을 텐데 소상하게 밝히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가 같은 날 국무회의에서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고 직접 사과했지만 총리에게 더는 불똥이 튀지 않도록 비서실장 출신인 이 차관이 의혹을 푸는 역할을 맡았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동안 3·1절 골프는 밀가루 가격 담합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발표를 하루 앞둔 시점에 이뤄져 ‘골프 로비’ 의혹을 받고 있었다.

두 번째는 실언설. 이 차관이 당초 10분으로 예정했던 간담회에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장황하게 설명하면서 안 해도 될 말을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치밀한 이 차관이 실수한 것 아니냐’는 말도 흘러나왔다.

이 과정에서 이 차관은 이 총리가 2004년 9월 골프를 치지 않고 저녁 식사만 함께했다며 전날의 발언을 정정하기도 했다.

세 번째는 청와대, 열린우리당과의 역할 분담설이다. 이병완(李炳浣)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부적절한 골프가 잘못됐다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총리 교체 사안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고 여당 의원들도 이 총리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이 때문에 당-정-청 교감 하에 이뤄진 ‘이 총리 구하기’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이 차관의 기자간담회는 3·1절 골프가 로비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의혹만 키웠다는 평가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