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리 골프 파문]불법정치자금 연루자와 지속적 ‘私모임’

  • 입력 2006년 3월 8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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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타는 李차관7일 이기우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이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3·1절 골프 모임과 관련한 해명 기자 회견 중 목이 타는 듯 물을 마시고 있다. 김동주 기자
목 타는 李차관
7일 이기우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이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3·1절 골프 모임과 관련한 해명 기자 회견 중 목이 타는 듯 물을 마시고 있다. 김동주 기자
《7일 이병완(李炳浣)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관계자들과 이기우(李基雨) 교육인적자원부 차관 등이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의 3·1절 골프 모임의 경위 등에 대해 일제히 입을 열었다. 이번 골프 모임에 참석했던 Y기업 소유주 Y 씨의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로비 시도설과 한국교직원공제회의 Y기업 주식 대량 매입 사실 등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나면서 파문이 갈수록 확대되자 진화를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전의 해명과 다른 부분이 적지 않고, 이 총리와 골프 모임 참석 인사들이 이미 여러 차례 교유해 온 사이로 밝혀지면서 이들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총리실 측에서 먼저 골프 모임 추진=골프 모임에 참석했던 이 차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리가 2월 16일 치매 증세가 있는 90세 가까운 장모를 방문하러 2월 25일 부산에 가는 길에 운동이나 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의전비서관실에서 부산에 연락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당초 2월 25일 부산에 가려 했으나 가족과 함께 가기 위해서 날짜를 3월 1일로 바꿨는데, 이 총리가 이를 굉장히 후회하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해찬 총리 ‘3·1절 골프’ 파문

부산의 기업인들이 골프 모임을 요청해 온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일정 등은 이 총리가 먼저 적극 추진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총리실 측은 최초에 ‘이번 골프 모임은 부산 지역 상공인들의 요청으로 오래전에 약속된 것’이라고 공식 해명했다.

이 차관은 2월 16일에 모임 주선 지시가 떨어졌다고 했으나 골프 참석자 가운데 한 명인 S 씨는 6일 성명서에서 “2개월 전부터 예약된 골프 모임”이라고 주장했다.

▽이 총리와 골프 참석 기업인들 2년 전부터 알던 사이=3·1절 골프 모임과 식사 자리에는 이 총리와 이 차관 외에 부산상공회의소 전 회장 K 씨, 차기 회장 내정자 S 씨, 골프장 회장 P 씨, Y기업의 Y 씨, 다른 기업의 회장 L 씨 등 지역 상공인 5명과 정순택(鄭淳(택,타)·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 부산국제외국어고 교장, 목연수(睦演洙) 부경대 총장이 참가했다. 그러나 골프는 2개 팀(8명)으로 조를 짜다 보니 사람이 남아 P 씨가 자신은 골프장 주인이라며 양보해 빠졌다는 것.

이 차관 설명에 따르면 이날 골프 멤버들은 이 총리가 총리에 임명된 2004년 6월로부터 3개월 후인 그해 9월 27일에도 함께 운동을 했다. 이들은 골프를 한 날짜를 따 ‘27회(이칠회)’를 결성해 모임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는 이 총리와 이 차관, P 씨, 정 전 수석비서관, K 씨 등 5명이었으나 3명을 추가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친분 있는 사람을 찾다가 Y 씨도 끼워 주게 됐다는 것.

이 차관은 “Y 씨는 이전부터 이 총리 후원자 중 한 명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 차관은 “이분들이 총리공관을 구경하고 싶다고 해서 지난해 공관에서 오찬을 한 적이 있다”며 “이들이 공관에도 초청을 받았으니까 한번 총리를 모셨으면 좋겠다는 줄기찬 요청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총리가 직접 의전비서실에 이번 골프 모임을 주선토록 지시했다는 것이 이 차관의 말이다.

이 차관은 그러면서도 “이 총리는 누가 골프 모임에 참석하는지 모르고 부산에 갔다”고 앞뒤가 다른 말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양자의 ‘남다른 관계’를 가리려는 의도된 ‘딴청’이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Y 씨는 주식내부거래 혐의로 실형을 살았고, 그가 소유한 Y기업은 가격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를 받던 상황이었다. 또 K, P, S 씨 등 다른 3명의 기업인은 정치권에 대한 불법 자금 제공 전력이 있다.

총리가 이런 인사들과 지속적인 ‘사모임’을 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점을 총리실도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골프 라운드에서 청탁은 없었나=골프를 하는 동안 이 총리와 참석자들은 경제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이 차관은 설명했다.

이 차관은 “부산 지역 상공인과 무역을 하는 분들이 있어 환율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이 총리는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고 소개했다.

이 차관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참석 인사들은 “총리를 아는 것 자체를 기분 좋아 하는 분위기였다”며 “총리가 어려운 국정 운영을 잘하도록 운동이나 한번 모시자는 의미였지 총리를 괴롭혀서 이익을 취하거나 청탁을 할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Y기업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 얘기가 나왔느냐’는 질문에 “전혀 나오지 않았다. 2월 28일 (과징금 부과가) 결정됐다고 하는데 3월 1일에 이야기했다면 반영이 됐겠느냐”고 강조했다.

이 총리의 골프장 이용료는 회원 대우를 해 줘 3만8000원이었는데 해당 골프장 사장 C 씨가 냈다고 한다. C 씨가 이 총리 몫의 그린피는 자신이 부담하겠다고 제안했고, 그 자리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로 동의했다는 것이다. 나머지 참석자들은 평소 각자 부담하는 관례에 따라 자신을 포함해 각자 비용을 냈다는 게 이 차관의 설명.

그러나 총리비서실 공무원 행동강령 14조 1항에 따르면 공무원은 직무 관련자로부터 금전, 부동산, 선물 또는 향응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Y기업을 조사한 공정위는 국무총리실 소속이므로 광의로 보면 이 총리가 소액이지만 골프비를 대납받은 것은 행동강령을 어겼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은 1부 배정 시간의 마지막으로 골프를 시작해 편하게 쳤으나 전반 9홀이 끝난 뒤 한참을 기다리다 후반 9홀은 일반인과 똑같이 쳤다고 이 차관은 말했다. 이른바 ‘대통령 골프’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부산=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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