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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기자의 북한 엿보기]<4>北어부들의 러 성토

입력 2006-01-28 03:02업데이트 2009-10-0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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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2일. 어촌들에 노동당 지시가 하달됐다. ‘또로레기(원동기를 단 목선)들은 바다로 나갈 수 없다.’ 그러면? 노를 저어 나갈 수는 있다. 지난 10년간 또로레기는 북한에서 주력 어선 구실을 했다. 3, 4명이 탈 수 있는 길이 5m 정도에 4∼5마력짜리 기관을 단 또로레기는 동서 해안에 수만 척이 있다. 종종 조난해 남쪽으로 내려오기도 한다. 큰 배들은 원가가 안 맞아 거의 가동을 못한다. 함북 나선시 어부 이성주 씨는 당의 지시가 하달되자 “이건 러시아놈들 때문이야” 하고 분통을 터뜨렸다. 》

이 씨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잘나가는 어부였다. 자기 또로레기도 있고 조업기술도 좋아 해마다 1000달러 이상씩 벌었다. 봄과 겨울엔 문어와 성게, 여름과 가을엔 오징어를 잡는다. 좋은 대학을 나온 아내도 있다.

목숨을 건 직업이긴 하지만 최근 북한에서 어부만 한 고소득 직업도 없다. 남한으로 치면 의사만큼 인기가 있다. 북한의 3대 부자는 ‘간부, 어부, 과부’란다. ‘과부’ 얘기는 남편 없는 여성들이 오히려 장사로 돈을 많이 번다는 뜻.

외국에 가장 손쉽게 내다팔 수 있는 것이 수산물이다 보니 ‘북한의 자본주의화’는 어업에서 제일 먼저 시작됐다. 한 해 벌이를 좌우하는 오징어만 해도 서울에서 거래되는 가격의 30% 정도로 팔린다. 수익의 10% 정도를 소속 기관에 바치긴 하지만 북한에서 이 정도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직업은 거의 없다. 게다가 외화벌이 기관들이 서로 가격을 올려 수산물을 거둬 간다. 그러다 보니 어부들은 신랑감으로도 인기가 높다.

그런 이 씨의 인생이 지난해 ‘러시아놈들’ 때문에 꼬였다. 7월 오징어잡이에 나갔다 풍랑에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떠내려갔는데 러시아에서는 그를 간첩처럼 취급했다. “가랑잎 같은 배를 타고 어떻게 여기까지 오나”라는 야유도 받았다. 감옥에 가니 이미 수십 명의 북한 어부가 억류돼 있었다.

러시아가 억류 어부들의 명단을 넘기자 북한 당국은 가족에게 “러시아에 벌금 50만 원(당시 약 200달러)을 내야 한다”고 통지했다. 이 씨는 가족이 벌금을 낸 다음에야 돌아올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이 씨는 북한 해안경비대가 러시아 화물선 ‘테르네이’호를 영해 침범 혐의로 억류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씨는 기분이 좋았다. “잘한다. 우리가 당한 것처럼 똑같이 본때를 보여 줘야 해.”

이 씨는 새해 벽두부터 또로레기 금지령이 내린 것도 러시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애매한 어부들만 당하는 게 억울하지만 당분간은 노를 저어 문어잡이밖에 할 수 없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전문가 한마디

수산경협을 위해 4년간 북한을 드나든 경험이 있다. 북한 수산업은 영세하기 그지없다.

큰 배는 부품과 어구가 없고, 설사 비싼 기름을 넣고 바다에 나간다 하더라도 생산물이 적어 원가를 맞추기 힘들다. 최근 들어 기름이 적게 들고 어구도 소형인 또로레기가 번창하고 있다. 생산물은 대부분 어부들 스스로 처분한다.

북한의 수산자원은 풍부하지도 않고 외국에 수출할 만한 어종도 없다. 오징어가 중국을 통해 보따리 장사로 거래되고 재일본 조선인 총연합회(총련)에서 성게를 가져가는 정도다.

남북한 수산경협도 힘들다. 터무니없이 부르는 가격도 문제지만 가공이 부실해 질이 떨어진다.

북한 수산업의 탈출구는 남북경협뿐이다. 그것도 한국 기술자가 어장을 개척하고 남북한이 공동작업을 할 때만 가능하다.

김찬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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