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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검증]지난해 일자리 41만개 창출…고용사정 나아졌나

입력 2005-01-24 18:16업데이트 2009-10-09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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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서울 동작구의 한 PC방에서 일하는 김모 씨(28). 지방의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김 씨는 1년 넘게 서울에서 사무직 일자리를 구하는 데 실패하자 이달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하루 6시간씩 매주 5일(30시간) 동안 일한다. 김 씨는 “앉아서 책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낫다. 시간당 2500원이다. 직장을 구할 때까지 할 수만 있으면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요즘도 매주 2, 3군데씩 입사지원서를 넣고 있다.

설명은…

정부는 이달 초 지난해 41만8000개의 일자리가 늘어났다고 공식 발표했다. 재정경제부는 일자리 통계에 대한 배경설명을 통해 지난해 수출 호조로 그동안 감소해 오던 제조업부문에서도 일자리가 8만4000개가 늘었다고 밝혔다. ‘고용의 질’도 그다지 악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지난해 일자리 성적표가 양과 질에서 나쁘지 않은 셈인데 왜 취업현장에서는 ‘찬바람’만 부는 것일까.

정부 설명대로라면 지난해 일자리가 40만 개 넘게 창출됐는데 왜 취업 현장에는 ‘찬바람’만 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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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40만 개도 부족하다=정부가 말하는 일자리 수는 취업자 수를 의미한다. 문제는 지난해 취업자 수가 41만8000명 늘어났지만 경제활동인구가 2337만 명으로 2003년에 비해 45만5000명이나 증가했다. 한국은 인구가 여전히 증가하고 있고 여성들의 노동시장 진입도 늘어나고 있어 경제활동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결국 지난해 새로 생긴 일자리는 경제활동인구 증가분에도 미치지 못했다. 더욱이 비교연도인 2003년의 일자리가 전년도에 비해 3만 개나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41만8000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은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이지만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고용의 질도 문제=지난해 음식 숙박업에서는 일자리가 7만6000개가 증가했다. 이 중 여성 취업자는 7만2000명. 공공수리·개인서비스업에서 늘어난 일자리 17만4000개 중 여성 취업자는 13만1000명.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해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여성들이 대거 음식 숙박업 등에서 ‘생계형 창업 및 취업’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문제는 이들 업종이 지난해 경기침체로 최악의 불황을 겪었다는 것. 결국 ‘적은 파이’를 놓고 사람들만 많이 몰려 소득증가는 미미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주당 35시간 미만 근무자 등 근로시간 기준으로 볼 때 불완전 취업자로 분류되는 취업자들이 지난해 18만4000여 명 증가한 것도 고용의 질이 썩 좋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申민榮) 연구위원은 “지난해 40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창출됐지만 임시직과 일용직이 상당수를 차지하면서 체감 고용경기는 악화됐고, 결국 구매력 증가를 통한 내수증가로 연결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인력수급 불일치도 심각하다=지난해 8월 수도권의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최모 씨(23)는 대학원에 진학한다. 학업에 뜻이 있어서가 아니다. 반년간의 취업전쟁을 치르다 실패한 뒤 “일단 백수 생활은 그만둬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내린 결정이다.

문제는 최 씨가 지난해 중소기업 4군데에서 합격통보를 받았는데도 입사를 포기했다는 점. 최씨는 “일단 대학원에 다니면서 맘에 드는 직장에 취직 기회를 노려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같은 인력수급 불일치는 심각하다.

노동부 산하 중앙고용정보원의 박천수(朴天洙) 동향분석실장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대학 졸업 이상의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의 30% 내외에 불과한데도 고교생의 70%가 2년제 이상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수요가 많은 곳은 고졸 수준의 기능직인데 대졸자들이 ‘과잉공급’되고 있다는 것.

대학교육과 실제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내용과의 괴리 문제도 지적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안주엽(安周燁) 박사는 “대학졸업생의 1% 정도가 대학에 남고 99%는 사회로 진출하는데 대학이 아카데미즘만 가르쳐서는 안 된다”며 “정부와 기업도 대졸자나 재학생에 대한 인턴제도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연구위원은 “일자리 창출은 결국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터전이 마련돼 성장잠재력이 높아져야 가능하다”며 “이와 함께 교육개혁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인력을 양성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종식 기자 kong@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지난해 실업률 3.5% 왜 실감 안날까▼

지난해 한국의 실업률은 3.5%.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괜찮은 수준이지만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통계청은 실업자를 산정할 때 ‘조사 시점 기준으로 지난 일주일간 구직 활동을 했는지 여부’로 판단한다. 구직 활동을 한 적이 없으면 이들은 경제활동인구에 아예 잡히지 않기 때문에 실업자로도 분류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통계청이 발표하는 실업률과 일반인들이 느끼는 ‘체감실업률’은 다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는 취업의사가 있지만 노동시장 사정으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자 아예 구직활동을 포기한 ‘실망실업자’를 실업자로 포함할 경우 실업률이 높아진다.

2004년 12월 통계 기준으로 구직 단념자는 10만5000명에 이른다.

한국노동연구원 김용현 연구원은 최근 ‘유사실업률 추이를 통한 실업률 수준 평가’ 논문을 통해 2004년 1∼10월 평균 실업률은 3.5%이지만 구직단념자(실망실업자)를 포함할 경우 3.9%까지 높아진다고 밝혔다. 또 실망실업자에 포괄적인 의미의 불완전 취업자까지 실업자에 포함하면 같은 기간 실업률은 7.8%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논문의 분석.

삼성경제연구소 손민중 연구원도 지난해 ‘지표실업률과 체감실업률의 괴리원인’ 보고서를 통해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한국의 노동시장 특성이 지표실업률과 체감실업률간 격차를 커지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한국은 자영업자와 무급 가족종사자(보수를 받지 않고 가족의 사업체에서 일을 하는 사람) 등의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월등하게 높아 지표상의 실업률이 낮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

2002년 기준으로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주 및 무급 가족종사자 비중이 한국은 36.0%로 미국(7.2%) 일본(15.4%) 프랑스(8.7%) 등보다 높다.

공종식 기자 kong@donga.com

▼정부 ‘일자리 지원사업’ 직업훈련-인턴소개 그쳐▼

“올해에도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민생대책으로 추진해 4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13일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재정을 통해 46만 명에 대한 일자리 지원 사업을 실시하겠다.”(15일 기획예산처)

올해 들어 기획예산처 등 경제부처들이 앞 다퉈 고용창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올해 주요 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뒷받침하는 조치다.

대표적인 정책은 ‘46만 개 일자리 지원 사업’과 ‘40만 개 일자리 창출’이다.

기획예산처가 내놓은 ‘46만 개 일자리 지원 사업’은 직접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직업훈련이나 연수 등을 통해 취업예비군의 ‘취업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두 1조4000억 원의 예산을 풀어 청년층 25만 명을 대상으로 취업 훈련이나 인턴제 등을 실시하고 노인, 여성 등 취약계층 17만 명에게 자활근로사업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사회적으로는 유용하지만 수익성이 낮아 인력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숲 가꾸기, 장애아 교육보조원 지원 사업에도 4만 명이 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40만 개 일자리 창출은 재정경제부가 지난해 말 경제운용계획에서 발표한 정책이다. 재정 조기 집행 등 경기부양을 통해 5% 경제성장을 달성하도록 유도하고 그 결과 40만 개의 일자리를 민간부문에서 창출하겠다는 것.

전문가들은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이 모두 성공해도 구직난을 해소하기엔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일자리 문제는 역시 민간부문의 몫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유경준(兪京浚) 연구위원은 “기존 실업자에다 해마다 늘어나는 신규 취업자를 감안하면 40만 개 일자리 외에도 추가 고용 창출이 필요하다”면서 “기획예산처의 일자리 지원 사업이 3만∼4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민간부문의 고용창출 능력을 높여야만 일자리 문제가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기획예산처 46만 개 일자리 지원사업
청년층 대상25만3000명 대상으로 7885억 원 투입해 취업 훈련, 인턴제 도입
노인, 여성 등 취약계층 대상17만5000명 대상으로 4661억 원 투입해 직업 훈련과 일자리 지원
사회적 일자리 지원사업4만 명 대상으로 1532억 원 투입해 장애아 교육보조원 지원사업, 숲 가꾸기 사업 등에 고용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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