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박정희 친일 논란’ 점입가경

  • 입력 2004년 7월 26일 12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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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 한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 매물로 올라 화제가 됐던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표가 함께 찍은 사진.
이달 중순 한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 매물로 올라 화제가 됐던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표가 함께 찍은 사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박정희 전(前) 대통령의 친일(親日) 문제와 관련, 여야의 '감정 섞인 말싸움'이 벼랑으로 치닫고 있다.

제1야당인 한나라당이 26일 "박정희 전대통령의 부정적 부분만 쫓는 '스토커' 혹은 '옐로우페이퍼' 정권"이라고 여권을 비난하자, 여당은 이에 대해 '박정희 전대통령에겐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있지 않다'는 뉘앙스의 발언으로 응수한 것.

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은 이날 '연좌제를 하겠다는 것인가'란 제하의 논평을 내고, 여권의 친일진상규명법 추진에 대해 "고 박정희 대통령과 박근혜 대표만 흠집내서 반사이득을 얻겠다는 분명한 정치적 의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논평에서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현대사 창조'가 아닌 '과거사 캐기' 전문 정권"이라며 "비겁하게 자신들이 그렇게 금기시하던 연좌제를 들고 나오느냐"고 비난했다.

이 부대변인은 또 "한나라당은 다수당 정치인 누구의 아버지, 형님, 당숙, 장인을 따져 그 사람의 정치력을 평가하지 않는다"면서 "한 인물의 공과 평가는 냉엄한 역사의 몫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盧대통령의 '다케시마' 발언이야말로 현대판 친일"

한나라당은 이날 한발 더 나아가 '노무현 대통령의 친일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지난 22일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제주 서귀포시 신라호텔 인근에서 산책을 하다 만난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김성완 부대변인은 '방안 퉁소식 친일 청산을 개탄한다'란 논평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친일 청산을 거꾸로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부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은 현충일날 '국빈 방문'을 위해 일본 천황을 찾아갔고, 독도를 일본이 그렇게 듣고 싶어하는 '다케시마'로 불렀다"며 "이것이야말로 역사에 기록으로 남을 현대판 친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대변인은 또 "(현 정부는) 당사자인 일본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고, 나라를 빼앗긴 시대에 살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을 친일행위, 매국행위로 몰아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힘센자 앞에서는 숙이고 약한자는 밟는 뒷골목식 처신"이라며 "방안에선 큰소리 지르고 밖에선 작아지는 '방안 퉁소'식 참여정부 과거청산에 개탄을 금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우리당 "만주군관학교와 5.16에 대한민국 정통성이 있지 않다" 응수

열린우리당은 26일 한나라당의 이같은 공세에도 불구, 박근혜 대표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또 다시 거론하고 나섰다.

김현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박 대표께서 (부친의) 친일 문제에 자신이 있다고 한 만큼 친일진상규명법을 찬성할 것으로 본다"며 "이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표가 최근 들고나온 '대한민국 정체성 논쟁'과 관련, 같은 용어를 사용해 되꼬집은 것.

김 대변인은 또 "헌법 전문에 보면 대한민국은 임시정부와 4.19정신을 계승한다고 되어있다"며 "만주군관학교와 4.19를 짓밟은 5.16에 정통성이 있지 않다"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행적을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박근혜 대표가) 유신독재시대에 대해 사과했다고 하는데 제대로 사과 받았다는 사람이 없다"며 "사과하는 것은 말도 필요하지만 실천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유신독재시대의 문제는 박정희 전대통령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박 대표 본인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본인의 역할에 대해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일갈했다.

이재준 기자 zz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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