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산책]죄인처럼…석방 日인질 3명 고개숙인 귀국

입력 2004-04-19 19:03수정 2009-10-10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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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갑만 채워지지 않았을 뿐 영락없이 해외에서 압송되는 범죄자 모습이었다.

이라크에서 무장집단에 납치됐다 석방된 일본인 3명이 18일 밤 귀국하는 광경은 딱하기조차 했다.

살해 위협까지 받았기에 생환의 기쁨도 클 텐데 웃음은 없었다. 모두들 침통한 표정이었다. 이들은 귀국회견에도 불참한 채 “여러분에게 많은 폐를 끼쳐 죄송하다”는 성명만 냈다. 이들의 부모 형제도 재회의 기쁨을 감춘 채 “심려를 끼쳐 죄스럽다”며 연방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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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과 별도로 석방된 2명의 일본인도 귀국에 앞서 19일 요르단 암만에서 가진 회견장에서 “죄송하다”는 말을 거듭했다. 모두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주눅이 든 모습이다.

일본 사회가 이라크 저항세력에 납치됐다 풀려난 이들을 이렇게 싸늘하게 대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정부의 여행자제 권고를 무시하고 이라크에 들어가 사건이 일어난 탓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아니다. 이들은 모두 이라크전쟁과 자위대 파견에 비판적 입장에 섰던 사람들이다. 정부 여당이나 파병 찬성론자가 곱게 볼 리 없다.

납치사건 직후 일본사회 일각에는 ‘자위대 철수 여론 조성용 자작극’이란 말까지 나돌았을 정도. 게다가 석방된 뒤 “이라크에 남아 일을 계속하고 싶다” “힘든 일을 당했으나 이라크인을 미워할 수 없다”는 등의 발언을 해 더 미움을 샀다.

재발 방지를 위해 ‘위험지역 여행금지법’을 만들자거나 인질들에게 항공료를 받아내자는 의견이 나온 것은 이런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해 다른 많은 국가의 민간인이 이라크에서 납치됐지만 일본처럼 인질들이 사죄한 나라는 없다. 생환의 웃음조차 사라지게 한 것은 일본 특유의 집단주의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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