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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3월 12일 15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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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당대회 대의원은 대략 4200-4300명, 공화당은 2100-2200명 정도인데 최고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103회나 투표를 계속한 사례도 있다.
A)예선부터 복잡하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복잡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특히 각 당의 대통령 후보를 지명하는 예선 때문이다. 민주, 공화 양당은 후보 지명권을 가진 대의원 선출을 위해 △당 간부회의(Caucus) △지역 당대회(Convention System) △예비선거(Primary) 제도를 동원하는 데 이게 좀 복잡해 보인다. 이 제도들이 현재도 함께 사용되고 있긴 하지만, 좀 통시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더 이해하기 쉽다.
19세기엔 대부분 각 주의 정당의 의회간부들이 대의원을 임명하는 방법(코커스)을 사용했으나, 20세기에 들어오면서 당원과 주민들의 선거로 대의원을 뽑는다는 취지로 프라이머리가 도입됐다.좀 거친 접근법이긴 하지만, 우리나라하고 비교해보면 된다. 김 영삼 대통령을 뽑은 민자당 전당대회는 코커스(Cacus)에 가까운 방식이었다. 민자당 중진들이 비공식 모임(민정계와 김영삼 추대모임)을 만들어 후보지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특히 YS에 대항했던 이 종찬씨 추대과정은 민정계 중진들이 ‘협의’를 거쳐 JC를 자파 후보를 내세우려 했다(물론 JC는 전당대회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 과정은 거의 코커스에 가까운 방식이다.
컨벤션 시스템(Convention System)은 말 그대로 당원 전당대회라고 생각하면 된다. 보통 프라이머리(Primary)를 어렵게 생각하는데, 노 무현 후보를 선출한 민주당 경선이 이 제도를 모방한 것이니까 당시를 생각해보면 쉽게 연상할 수 있다. 코커스와 컨벤션이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폐쇄적 제도라며 일반 국민들도 정당 후보 지명전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든 제도이다.
★잠깐
미국 대의원 선출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보너스 제도이다.
민주당은 각 주가 차지하고 있는 상원 및 하원 의원 수, 그리고 지난 3차의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이 얻은 표의 평균치를 토대로 대의원 수를 배정한다. 공화당은 각 주에 6명의 대의원을 기본적으로 배정하고 그 주가 지난번 선거에서 공화당 대통령후보에 투표했다면 추가 배정하는 식이다.
전당대회 대의원은 구속 대의원(binding delegate)과 비 구속(non-binding)으로 나뉜다. 민주당은 그러나 1984년 구속 대의원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서약 대의원(Pledged)과 비서약대의원(unpledged)로 나눴다. 구속대의원은 전당대회에서 대의원에 선출될 때 지지한 후보에게 투표할 의무가 부여된 자로서 의무 위반 때는 자격박탈 등의 제재가 가해진다. 반면 민주당의 서약대의원은 그런 제재가 없다. 민주당의 서약대의원 비율은 85%, 공화당은 80% 정도.
B)코커스(CAUCUS)의 상징은 아이오와 코커스!!!
코커스가 비민주적이고 당파 간 정실과 부정이 개입하기 쉬울 뿐 아니라 의회 멤버들의 비공식 집회에서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는 것 자체가 3권 분립에 위배된다는 비판 때문에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아직도 많은 주들이 코커스로 후보지명 전당대회 대의원을 뽑는다.
코커스는 지방정부 선거구 단위에서 첫 단계로 유권자 등록 때 선호하는 정당을 선택한 주민(party member)이 선거구 대표자 투표→선발 대표들이 상위기관인 카운티, 하원의원 선거구, 주정부 당원대회에 나가는 대표자 선발 OR 선발된 대표자들이 대통령 후보 지명 연방 전당대회에 바로 나가 대의원을 최종 선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잠깐
이런 일반론보다 아이오와 코커스를 살펴보는 게 유익하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코커스의 원조로 first-in-the-nation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2004년 1월 19일 실시되었는데 미 대선 축제의 서막 격이라고 평가된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첫째 예선을 통과할 민주 공화 양당의 후보를 3,4명으로 추려주는 선거판의 풍향계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둘째 각 당의 선거공약들에 대한 당원들의 심판이 내려진다는 점에서 항상 최대의 관심이 집중되는 곳이다.
2000년 대선 기준으로 아이오와는 인구 270여만 명(백인 97%) 중 40% 가량이 대졸학력, 평균연령 34세, 인구의 83%가 개신교이다. 그런 아이오와가 1992년 민주당 코커스에서 클린턴을 지명, 미국을 놀라게 했다다. 90% 이상이 스스로 보수라고 생각하는 아이오와 유권자들이 클린턴을 선택한 것은 ‘잃어버린 미국의 꿈 회복’이라는 공약을 선택한 탓이라는 게중론이다. 아이오와 코커스의 성격, 즉 스타 만들기와 선거이슈 검증기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1996년 선거 때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해 아이오와 코커스는 2월 12일로 예정돼 있었는데 루이지애나가 원조 자리를 노리고 2월 6일 전격적으로 코커스를 실시하는 ‘사건’이 발생한거죠. 하지만 아이오와의 상징성이 워낙 강해 루이지애나의 ‘원조 도전’은 언론의 무관심 등으로 실패했다.
C)컨벤션(Convention)
코커스가 당 중진들이 비공식 모임에서 자파 대의원들을 사실상 ‘임명’해 후보 지명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라면 컨벤션은 일반당원들도 선출권을 가지는 말 그대로 각급 전당대회를 말한다. 소수 엘리뜨들만 참여하던 당 대회에서 벗어나 평당원들의 참여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발전한 것이다. 그래서 작은 규모의 프라이머리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주 전당대회(State Convention)와 전국 전당대회(National Convention)로 대별되고 공화당의 경우 알래스카, 아리조나, 콜로라도, 델라웨어, 하와이, 아이오와, 캔사스, 켄터키, 루이지애나, 메인, 미시간, 미네소타, 미시시피, 미주리, 네바다, 오클라호마, 푸에르토리코, 사우스다코다, 유타, 버지니아, 워싱턴, 와이오밍에서 주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D)프라이머리(Primary)
1831년부터 각 주의 민주 공화당 의장이 지명한 대표 또는 당의 간부회의(코커스)에서 추천한 대표들이 연방 전당대회에서 후보를 지명하는 전당대회 방식이 도입되면서 전당대회 파견 대의원을 선출하는 프라이머리도 발전했다. 구체적으로 1842년 펜실베이이니아 주의 크로포드 군에서 민주당 지방조직 개편의 일환으로 채택돼 <크로포드 컨트리 시스템>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일반인들까지 참여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지만, 프라이머리 규정은 주와 정당에 따라 상이하다.
프라이머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유권자 등록시 선호정당을 밝히지 않고 민주 공화 어느 당에 가서나 모두 투표할 수 있는 Blanket Primary가 있지만, 4개 주에서만 일부 실시될 뿐이라 일단 빼고...)
①폐쇄식 예비선거 및 비공개 예선(Closed Primary)
모두 17개 채택하고 있는데 선거일 또는 그 이전에 선호정당을 등록하고, 등록된 정당의 투표장에서만 투표하게 하는 제도로, 일부 주에서는 정당원만이 투표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선호(지지)정당을 밝히는 방식은 세 가지가 있다. △당원 명부에 등록돼 있는 사람만이 투표할 수 있는 등록제(enrollment system) △선거관리인 앞에서 지지 정당을 선언하는 선서제(personal declaration) △정당 지지여부를 심사하는 심사제(party test)가 그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은 상대당 당원들이 참여해 고의로 약체후보에게 투표해 본선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국민경선을 채택할 때 이런 논란들이 많았다.
②완화된 폐쇄식 예비선거(Modified Closed Primary)
14개 주가 채택하고 있다. 폐쇄식 예비선거와 같으나 사생활에 민감한 개인들이 지지정당을 밝히기 꺼리는 점을 감안해 선호정당을 등록하지 않은 무소속에 대해서도 만약 민주 또는 공화당에서 투표 참여를 허락하는 경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특히 대부분 남부 주의 경우 투표자는 투표용지를 받기 전에 지난 선거에서 그 당의 후보를 지지했음을 서약하거나 또는 다음 선거에서 지지하겠다고 서약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 방식을 채택할 경우 투표자는 이 같은 서약을 무시하고 정당에 대한 충성을 변경할 수 있다.
③개방형 예비선거(Open Primary)
말 그대로 누구나 자기가 참여하고 있는 정당의 예비선거에 참여해 투표할 수 있는 이른바 ‘국민경선’이라고 할 수 있다.
★잠깐
하지만 음모론이 등장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실제로 2000년 2월 22일 미시간 주 공화당 오픈 프라이머리에서 투표자 분포는 공화당원 48%, 무당파 35%, 민주당원 17%였는데 투표결과는 공화당원의 66%가 조지 W 부시 후보를 지지한 반면 민주당원들은 83%가 메케인후보를 지지했다. 여기선 결국 부시가 졌다. 이 때문에 민주당원들이 약체후보로 꼽히는 메케인이 본선에 나오도록 공화당 예비선거에 대거 참여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이 무성했다.
E)프라이머리 관전 포인트는 뉴 햄프셔 프라이머리!
현재 대통령 후보 지명을 위한 대의원 선출에서 프라이머리가 차지하는 비율은 민주당이 대의원 총수의 86.4%, 공화당 91.3%이다. 특히 초반에 벌어지는 프라이머리나 코커스가 대단히 중요한데, 코커스의 경우 아이오와, 프라이머리의 경우 뉴햄프셔가 선거의 향방을 가늠하는 최대 격전지가 된다. 한마디로 여기서 뜨면 인지도가 급상승하고, 선거자금 모금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①뉴햄프셔 프라이머리
뉴 햄프셔 주민들은 “미국 대통령 선거는 2월에 시작된다”고 자랑한다. 전체 유권자들에게 문호가 개방되는 전국에서 첫 번째 프라이머리가 뉴 햄프셔에서 실시돼온 전통 때문이다. 2004년 1월 27일 실시됐다.
실제로 뉴 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1위를 하지 못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사례는 클린턴과 조지 W 부시 뿐이다. 1952년의 트루먼과 1968년의 존슨 대통령은 뉴 햄프셔에서 부진한 성적이 나오자 재선 출마를 포기하고 말았을 정도이다.
전문가들은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아이오와는 선거판을 ‘정리’해 주는데 예선 통과 가능성이 있는 3~4명의 후보를 추려 내주는 역할을 한다. 반면 뉴햄프셔는 선거판도를 ‘결정’해주는데 여기서 1,2위를 차지한 후보가 최종 후보지명을 놓고 경쟁하기 때문이다.”
또 뉴햄프셔 프라이머리가 발로 뛰는 선거라면, 나머지 예비선거는 돈으로 싸우는 선거라고 할 수 있어 뉴햄프셔를 소매, 나머지를 도매라고 부르는 데 뉴햄프셔의 개황을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잠깐
뉴햄프셔 인구는 110만명. 전체 인구의 0.4% 밖에 안된다. 크기도 4,5시간이면 남북을 관통할 수 있는 정도이다. 돈과 조직이 없는 후보도 유권자들을 직접 접촉할 수 있을 정도이다. 실제로 1995년 라마르 알렉산더 후보는 “라마르, 이곳에 왔다 가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전역을 누볐고, 초기 10%이던 지지도가 뉴햄프셔에서 23%로 상승해 3위를 차지했다.
②수퍼 화요일
이처럼 선거판을 좌우하는 초반의 코커스나 프라이머리가 실시되는 주가 주로 동북부와 중서부, 북부에 집중되면서 ‘진보 후보’들이 유리해지자 남부가 반발, 이른바 수퍼 화요일(Southern Super Tuesday)가 생겨났다. 1986년 민주당 연방의회 의원들이 너무 진보직인 대통령 후보들을 선출하는 데 반발한 남부 주들이 1988년 프라이머리를 3월 두 번째 화요일에 동시 실시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생겨났다.
최근 들어 여러 가지 방법으로 프라이머리나 코커스를 실시하는 주가 되려고 하는 데 이를 프론트로우딩(Frontloading)이라고 한다. 또 1996년부터는 동북부 6개 주 가운데 5개 주가 연합해 수퍼 화요일에 대항하기 위한 Yankee Primary를 개최하는 등 수퍼 화요일의 효과가 반감되고 있지만, 대통령 후보의 윤곽은 수퍼 화요일이 끝나는 4월 1일 이전에 드러나는 게 보통이다.
2000년 수퍼 화요일이었던 3월 7일에 11개주에서 민주 공화당 예비선거가 실시됐는데 민주당 대의원의 61%, 공화당의 59%가 이 때 선출됐다.
★잠깐
초반 승부의 이 같은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요한 것은 역시 큰 주들, 예컨대 캘리포니아 뉴욕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미시간 등 다른 주들에 비해 대의원 숫자가 몇 배가 많은 주들의 승부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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