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수용 추진]美, 김정일정권 교체카드 뽑나

  • 입력 2003년 7월 17일 02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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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행정부가 탈북자를 대규모로 받아들일 것인지를 검토하기로 했다는 워싱턴 포스트의 16일자 보도는 미국이 그동안 대외적으로 부인해온 북한 정권교체(regime change) 시나리오를 본격 가동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은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군사력 사용 등 모든 선택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군사력 사용에 따른 문제가 간단치 않다는 것을 미국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대규모 탈북 유도에 의한 정권교체가 시도될 가능성은 있다.

특히 최근 의회와 민간단체들이 정부를 상대로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고 미국 망명을 허용함으로써 북한 정권의 붕괴와 민주화를 촉발시켜야 한다는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는 점도 고려됐을 수 있다.

미 상원은 9일 탈북자들이 미국에 난민 지위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 미국의 종교 및 인권 단체들은 북한의 자유와 인권 향상을 목표로 북한자유연합(NKFC)이라는 연합체를 결성, 북한 고위 관리와 과학자들에게 안전한 피신처를 제공함으로써 대규모 탈북을 유도하는 이른바 ‘세이프 하버(Safe Habour)’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미 행정부가 중국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공개적으로 대규모 탈북 유도 정책을 실행에 옮길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중국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관계자들이 중국 내에서 탈북자와 접촉하는 것조차 금지하고 있으며 대규모 탈북이 중국에 미칠 여파를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북핵 사태 해결을 위해 중국의 지원이 절실한 미국 정부가 중국이 반대하는 정책을 공개적으로 시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설사 시행된다 해도 대규모 탈북이 북한 정권의 붕괴를 가져온다고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수많은 쿠바 난민을 받아들였지만 피델 카스트로 정권은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8000개의 폐연료봉 재처리를 끝내고 다수의 핵무기 생산을 앞두고 있다고 주장하는 북한에 대한 전방위 압박 수단의 하나로 정권 교체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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