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오일 카르텔’ 균열] 韓-UAE, 방산-바이오-車 등 협력
원유 수입 관세 단계적 철폐되는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내달 발효
중장기 안정적 석유 확보 가능성
이란 전쟁탓 ‘수출 경로’ 많지 않아… “단기 개선 효과는 제한적” 지적도
사진 출처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항 홈페이지
아랍에미리트(UAE)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가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원유 수급망에 미칠 영향에 산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중동 산유국들의 ‘카르텔’이던 OPEC에서 벗어나 UAE가 독자 증산에 나서면 중장기적으로 한국은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기대할 수 있다. UAE는 호르무즈 해협 외곽에 있는 우회 항구 ‘푸자이라’항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다음 달 1일 한-UAE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 발효되며 원유 수입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되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정유업계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리지 않는 이상 단기간 증산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푸자이라항이 이미 포화 상태인 데다 중동전쟁으로 주요 생산 시설이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 韓 원유 수입 3위국… CEPA 발효 겹치며 ‘시너지’ 기대
29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은 UAE에서 원유 약 1535만 t을 수입했다. 액수로는 87억6895만 달러(약 12조9842억 원)로 원유 수입 비중이 11.2%(수입량 기준)에 이른다. 사우디아라비아(34.4%), 미국(16.3%)에 이어 세 번째다. 이란 전쟁이 발발한 올해 3월에도 UAE는 한국의 3대 원유 수입국을 유지하고 있다.
그간 UAE는 사우디아라비아 중심의 OPEC이 증산을 막아 유가를 높이려는 기조에 반발해 왔다. 투자한 만큼 가급적 많이 생산해 수출하려는 것이 UAE의 OPEC 탈퇴 이유로 꼽히는 만큼 UAE가 증산에 나설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도 안정적인 원유 공급망을 견고히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그간 UAE와 긴밀한 산업협력 관계를 맺어 온 한국이 공급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UAE로부터 에너지를 수입하고 UAE에 방산 및 바이오, 자동차 등을 수출하는 산업 협력을 강화해 왔다. 실제로 이란 전쟁 발발 직후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직접 나서 UAE로부터 2400만 배럴 규모의 원유 확보를 약속받았다.
게다가 다음 달 1일 한국과 UAE 간 CEPA가 발효된다. 한-UAE CEPA는 한국이 중동 아랍국가와 맺은 사실상의 첫 자유무역협정이다. 앞으로 UAE산 원유를 수입할 때 한국이 물던 3%의 관세가 10년에 걸쳐 철폐되며, 나프타 관세도 5년 동안 50% 감축된다.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가격 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산유국이 카르텔에서 벗어나 수급을 자발적으로 책임지겠다는 것은 공급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라 한국과 같은 원유 수요국엔 긍정적 시그널”이라며 “CEPA를 통한 관세 인하가 더해지면 정유사의 도입 비용이 줄어 수출 경쟁력이 제고되고, 궁극적으로 소비자 유류비 부담 경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 꽉 막힌 호르무즈·항구 포화… “단기 효과는 제한적”
다만 전쟁 국면에서 UAE를 통한 단기 수급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꽉 막힌 상황에서 UAE가 증산에 나서더라도 수출 경로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UAE의 원유 수출항 5곳(제벨 다나·루와이스, 다스, 지르쿠, 무바라즈, 푸자이라) 가운데 이란이 장악한 호르무즈 해협 바깥에 위치한 우회 항구는 푸자이라뿐이다. 문제는 이 푸자이라가 이미 포화 상태라 빠른 시일 내에 추가 물량을 실어 나를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박진영 코리아PDS 선임연구원은 “UAE가 할당량 제한에서 벗어났어도 우회 항구인 푸자이라가 한계치에 도달해 당장 수출을 크게 늘리기는 불가능하다”며 “설령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더라도 생산을 재개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혜택은 빨라야 내년부터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쟁으로 인한 중동 역내 인프라 파괴도 공급망 정상화의 발목을 잡는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총괄본부장은 “OPEC 약화에 따른 국제 유가 하방 압력은 긍정적 요인이지만 UAE의 파손된 석유화학 시설이 정상화되려면 적어도 2, 3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후속 대응도 핵심 변수로 꼽힌다. 한국 최대 원유 수입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UAE의 원유 생산량의 두 배가 넘는 초대형 산유국이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실장은 “향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재개된 후 사우디아라비아가 OPEC 유지를 위해 자국 물량을 희생하고 고유가를 방어할지, 아니면 물량 공급 경쟁에 뛰어들지가 시장 판도를 판가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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