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생명이다]제1부 물의 관리<3>

  • 입력 2003년 1월 20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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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말 일본 제2의 호수인 가스미가우라(霞ケ浦) 연안의 쓰치우라(土浦)시. 이곳에 설치된 수질정화시설 바이오파크(Bio-park)에서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몇몇 주민들이 나와 미나리 등 수질정화용 식물을 건져내거나 다듬고 있었다.》

16만여명의 식수원인 가스미가우라 유역에는 총 40만여마리 규모의 양돈장에다 호수 안에 양식장까지 있어 엄청난 생활하수와 함께 질소(N)와 인(P)이 호수로 흘러들고 있다. 이 때문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름철에 녹조가 발생해 물이 숨을 못 쉬어 ‘풀죽’처럼 변하고 악취가 코를 찔러 옆을 지나가기조차 힘들었다.

이런 ‘죽은’ 호수의 정화에 나선 것은 1995년. 국토교통성은 우선 질소와 인 등을 제거할 수 있도록 넓이 3400㎡의 바이오파크를 만들어 정화식물을 심었다. 그리고 하루 1만t의 호수 물을 펌프로 이곳에 흘려보내 정화식물들이 물 속의 질소와 인, 부유물질을 흡수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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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과 지금은 이전에 비해 호수 상태가 한결 좋아졌다. 주민들이 이 식물들을 다듬는 건 다 자라 오염물질을 ‘잡아먹는’ 역할을 마친 것을 없애고 대신 어린것들을 심기 위한 것.

일본 국립환경연구소 이타야먀 도모아키(板山朋聰) 연구원은 “바이오파크는 부유물질의 70%, 질소와 인의 20∼40% 가량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질소와 인은 산소를 잡아먹는 하마=한국은 질소와 인 성분의 화학비료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에 속한다. 질소 비료와 인산 비료 사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0배 이상이나 된다.

화학비료 사용량 자체가 많은 것도 문제지만 뿌려진 화학비료가 호수나 강으로 그대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사료를 먹는 가축을 방목하는 경우도 배설물에 섞인 질소와 인이 비에 씻겨 내려간다.

물 속에 들어간 질소와 인은 부영양화를 일으켜 조류(藻類)를 급증시킨다. 그리고 조류는 물 속의 산소를 빨아들임으로써 물고기의 떼죽음을 가져온다.

인 1㎏은 유기물 1㎏이 쓰는 산소의 100배를 써버릴 정도. 게다가 조류의 일종인 남조류는 청산가리의 60배가 넘는 독성을 갖고 있다.

국립환경연구원은 질소와 인이 비료에서 70%, 축산사료에서 20%, 각 가정에서 사용하는 화학제품들에서 10%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친환경농업이 대안=경기 양평군에서 ‘생생농장’을 운영하는 이명석(李命錫)씨는 올해로 4년째 화학비료나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채소농사를 짓고 있다.

이씨는 대신 28개 농가와 함께 ‘푸른 작목반’을 꾸려 돼지 1200마리를 키우는 인근 양돈농장의 배설물을 이용해 만든 퇴비를 사용하고 있다. 돼지 배설물에 참나무껍질과 숯 등을 섞어 한달 정도 발효시켜 퇴비를 만든다.

농림부는 친환경농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라 지난해 말 59만여t인 친환경농산물 생산량이 2005년이면 98만여t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쓰치우라(일본)·양평=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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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호수의 惡흙탕물▼

장마철에 주로 발생하는 흙탕물이 호수와 하천의 새로운 오염원이 되고 있다. 특히 댐을 만들어 생긴 수심이 깊은 인공호수에서는 흙탕물이 호수 중간에 두꺼운 층을 이룬 뒤 6개월씩이나 떠다녀 하류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

소양호의 경우 장마철에 흘러 들어오는 흙탕물의 수온은 15∼18도로 호수 표면의 수온보다는 8∼11도 낮고 호수 바닥의 수온보다는 9∼12도 높다. 이로 인해 흙탕물은 호수 중간층인 수심 20m 부근으로 모여들어 거대한 층을 이룬다.

호수 위는 맑은 물이지만 중간 물을 채취하면 아주 뿌연 물이 나오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중층 탁류’로 불리는 흙탕물덩어리는 보통 두께가 20∼40m나 되고 넓이가 소양호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이런 거대한 흙탕물덩어리가 ‘길거리의 폭력배’처럼 호수 속을 배회하니 물이 제대로 숨쉴 수가 없는 것이다. 흙탕물덩어리가 댐 쪽으로 가까이 가면 방류구를 통해 하류로 쏟아져 나간다. 장마가 끝난 뒤에도 짧게는 1∼2개월, 길게는 6개월 동안 하류에서 누런 흙탕물을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흙탕물덩어리 때문이다.

최근 흙탕물이 더욱 심해지는 것은 각종 개발공사 현장과 농경지에서 빗물에 씻겨 나가는 토사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흙탕물의 작은 입자들은 하루살이나 잠자리 유충 등의 먹이가 되는 돌 표면의 부착조류를 깎아내고 빛을 차단해 광합성을 방해한다. 이로 인해 조류를 먹이로 하는 수생생물이 적어지고 물고기도 차례로 피해를 보아 하천 생태계가 파괴된다.

강원대 환경과학과 김범철(金凡徹) 교수는 “중층 탁류는 소양호뿐 아니라 대부분의 큰 호수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하천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물론 정수과정도 어렵게 하기 때문에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전문가 기고▼

비가 올 때 지표면에서 빗물과 함께 흘러나오는 오염물질을 비점(非点)오염원이라 부른다. 공장 등 오염원이 명확한 점오염원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도시지역의 먼지와 쓰레기, 농지에 살포된 비료와 농약 등이 대표적이다.

비점오염원은 비가 올 때 흘러나오기 때문에 계절에 따른 배출량의 변화가 크고 예측과 정량화가 어렵다. 인위적 조절이 힘든 기상조건과 지질, 지형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 특성도 지닌다.

비점오염원에 의한 4대강 오염(BOD 기준)은 전체 오염 부하량의 22∼37%에 이른다. 팔당 상수원은 44.5%나 된다. 특히 호수와 같은 폐쇄성 수역에서는 떠다니는 고형물질과 부영양화 물질의 70∼80% 이상이 비점오염원에 의해 비롯된다.

현재 수질오염 문제로 인해 철거 논란이 일고 있는 강원 도암댐의 경우 상당 부분의 오염원은 유역의 고랭지 채소밭에 뿌려진 퇴비와 비료 등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상수원 상류지역의 경우 비점오염원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

비점오염원 관리를 위해서는 비점오염원 감소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사전에 오염원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청소를 하고 장마 전에 맨홀과 우수관설비를 점검해야 한다. 또 농지에 적정량의 비료와 농약만 살포하고 빗물 유출을 막을 방지턱을 설치해 비가 올 때 비료와 농약이 빗물에 섞여 흘러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도시지역에서는 비점오염원 처리시설을 설치하고 맨홀을 개량해 비점오염원 발생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비점오염원 관리를 위해서는 국토가 가진 자정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도시와 도로를 설계할 때부터 빗물 유출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농촌의 경우 조그마한 농수로나 웅덩이도 최대한 자정기능을 갖도록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비점오염원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국토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환경시설로 여기고 관리해야만 한다.

최지용(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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