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조영남 사기죄 처벌 막아야…애먼 작가 줄줄이 곤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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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5월 18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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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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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18일 “조영남이 사기죄로 처벌 받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대에서 미학을 전공하고 관련 서적을 여러권 낸 진 교수는 조영남의 대작 논란과 관련해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생각해 보세요. 검찰과 언론과 여론이 달려들어 사기죄로 처벌 한다고 합시다. 검찰과 법원의 미적 교양수준이란 게 믿을 만한 게 못 되니, 그 인민재판의 분위기 속에서 단죄가 되면, 그게 어디 조영남으로 그치겠습니까?”라고 우려하는 글을 올렸다.

이어 “그럼 애먼 다른 작가들까지 줄줄이 말도 안 되는 이유에서 곤욕을 치르겠죠. 이게 뭡니까? 나치 때 ‘퇴폐예술’이라고 현대예술 작품들 줄줄이 공공미술기관에서 끌어내어 조리돌림 시키는…그것의 21세기 버전이 벌어지는 거죠. 그건 막아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공장에서 만들어진 변기에 자신의 사인을 더해 예술작품으로 발표한 ‘뒤샹’을 예로 들며 “20세기 미술의 아이콘이 뒤샹의 ‘변기’죠. 자, 이 작품에 한번 전통적 예술 관념을 적용시켜 봅시다. ”아, 저기에 깃든 불굴의 예술혼“, ”오, 저것을 빚어낸 창작의 고통“, ”보라, 저 빛나는 표면의 터치“ 뒤샹은 그런 관념에 엿을 먹인 겁니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조영남 덕분에 현대미술에 대한 대중의 이해가 새로 생겼다면, 그는 본의 아니게도 한국미술계에 그의 작품을 다 합쳐놓은 것보다 훨씬 더 큰 기여를 한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진 교수는 “화가 난 것은 이해가 되는데… 그렇다고 사기죄로 고소한 것도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됩니다. 조영남이 사기범이라면 그걸 도와준 사람(대작한 사람)은 공범이죠. 그러니 본인의 주장이 옳다면, 논리적으로 고소를 할 일이 아니라 자수를 했어야죠. 그의 분노와 좌절, 수치와 모욕감에는 충분히 공감하나, 이건 문제를 해결하는 올바른 방식이 아니죠”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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