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지금의 100인을 만든 그때 그 순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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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공동대표, 국회해산-유신… 그날이후 난 소년이 아니었다
황준묵 교수 “너만의 연구 하라” 지도교수 충고에 진로 바꿔

국회를 해산하고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1972년 10월 17일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들었다. 까까머리 중학생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통령중심제인 한국에서는 국회를 해산할 수 없다고 배웠는데….

집에 가서 교과서를 다시 봐도 마찬가지였다. 고교 입시를 앞뒀지만 두 눈으로 현실을 보기 위해 당시 국회가 있던 서울시청 인근으로 달려갔다. 장갑차와 군인이 국회 앞을 지켰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57)가 40년 넘게 흘렀지만 아직도 잊지 못하는 순간이다. 그는 “‘전쟁을 겪은 소년은 이미 소년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며 “혼란과 충격으로 밤을 새운 그 다음 날부터 나는 이미 소년이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1면에 ‘국회 해산’ 제목이 실린 신문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그를 진보정치인의 길로 인도한 이정표였다.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은 이처럼 사회와 현실에 눈을 뜬 사건, 스승의 냉정한 가르침, 마음에 맞는 동료와의 만남을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꼽았다.

황준묵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50)는 초보 수학자이던 1995년 성과가 많이 나오던 기하학의 최신 이론을 배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미국 하버드대 샤오인탕(蕭蔭堂) 지도교수에게 따끔한 충고를 받고 진로를 바꿨다. “네가 아니어도 다른 누군가가 할 수 있는 연구는 하지 마라. 오직 너만이 할 수 있는 연구를 해라. 그것이 수학에 진정한 공헌을 하는 것이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프로듀서(44)는 서태지 씨를 만나 ‘서태지와 아이들’ 멤버로 활동한 순간을 잊지 못한다. 그는 “천재적 음악성을 지닌 서태지는 내게 많은 영감을 주곤 했고 그 경험은 내 인생에 가장 좋은 비료가 됐다”고 돌아봤다.

김진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다목적실용위성5호 체계팀장(45)은 28년 전 방영된 외화 ‘에어울프’를 떠올렸다. 항공우주공학과에 진학하겠다는 꿈을 품게 만든 영화다. 이병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49)는 학력고사 성적이 잘 나와 의대에 가라는 어머니를 설득하던 때를 지금도 기억한다. 의학 대신 전자공학을 전공한 결과 오늘의 그가 있게 됐다.

#노회찬#황준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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