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중국 유학생들-소극적 경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6일 19시 54분


코멘트
"혐의자를 잡아봤자 뭐합니까. 경찰이 잡아넣을 방법이 없다는데."

15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FC 서울과 부산교통공사의 FA컵 16강전. 대한축구협회 직원은 경기 시작 직후 본부석 상단 구석에 앉아 이어폰을 꽂고 무언가를 계속 중계하는 듯한 중국 유학생 3명을 발견했다. 불법 도박과 연관이 있다고 판단해 공익근무요원들과 함께 찾아가 경찰서로 동행을 요구했다. 이들은 "친구 소개로 아르바이트를 했다"며 불법도박과의 연관성을 간접 시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인근 구덕지구대에 도착하자 한국말을 못하는 듯 굴었다. 신원 조회를 위한 이름도 영어로 써서 냈다. 축구협회 직원은 최근 승부조작이 사회적 이슈가 됐고 과거에도 중국 유학생들이 관련된 승부조작 사건이 있었음을 상기시키며 경찰에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은 물증이 없다며 입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축구협회 직원은 그렇다면 이들의 신원이라도 확인해야한다고 부탁했다. 그제야 신원조회를 해 본 결과 이들은 부산 지역 대학에서 경영학과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이었다. 구덕지구대 관계자는 "중국과의 외교 문제도 있고 당장 증거가 없다"며 훈방 조치했다. 불법 도박 관련 조사는 하지도 않았다.

그동안 하부리그 경기장에는 무언가를 중계하는 중국인들이 심심찮게 나타나 관계자들의 의심을 사온 터였다. 2008년 K3리그에선 중국 도박업자들과 관련된 승부조작이 실제로 드러나 큰 파장이 일었다. 도박업자들은 중국 유학생의 현장 중계를 베팅 정보로 활용했다.

중국 불법 베팅 사이트 및 도박업자들과의 연결고리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바로 불법 중계를 맡은 중국 유학생들이다. 불법 체류자는 걸리면 쫓겨나지만 신분이 확실한 유학생들은 그럴 위험이 적다. 불법 베팅과 무관하다고 버티면 그만이다. 이들에 대해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경찰은 축구협회에서 이들을 고소하면 수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