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 스켈레톤-통가 스키… 평창행 뒤엔 헌신 지도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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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림퐁 썰매 가르친 밀러 보시 “다음 시즌에도 도전 함께 할 것”
타우파토푸아 열정 본 그룬드만, 2년간 한푼도 안 받고 도와줘

남반구에서 온 올림피안들의 도전은 평창의 칼바람을 녹여버릴 만큼 뜨거웠다.

가나 최초의 스켈레톤 선수가 된 아콰시 프림퐁(32)은 윤성빈(24·강원도청)에 견줄 만한 인기를 누렸고 통가의 피타 타우파토푸아(34)도 개·폐회식을 달구며 ‘평창 최고의 스타’로 불렸다. 눈이 없는 조국에 ‘겨울스포츠의 문을 열겠다’는 꿈을 안고 엔트리 마감 직전 출전 조건을 충족시킨 이들은 ‘평창행’ 자체가 기적에 가까웠다. 맨주먹으로 시작해 올림픽 무대라는 거창한 꿈을 이룬 것은 뜨거운 마음 하나로 함께 꿈을 꾸고 지지를 보내준 코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프림퐁은 15년간 꿈꿔왔던 ‘올림피안’의 꿈을 이룬 뒤 “모든 두려움 없는 선수들의 뒤에는 두려움 없는 코치가 있다. 내 코치 라우리 밀러 보시(미국)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둘의 인연은 아프리카 최초의 스켈레톤 선수의 꿈을 안고 프림퐁이 미국 레이크플래시드에 찾아오면서 시작했다. 부상으로 스켈레톤 현역에서 은퇴한 뒤 썰매 초보자들의 교육을 담당하던 보시는 기꺼이 올림피안을 꿈꾸는 프림퐁의 코치가 되기를 자처했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를 적극 지원했다. 보시는 “다음 시즌에도 함께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에 오기까지 프림퐁은 3개의 다른 트랙에서 최소 5번 이상 주행을 마치고 랭킹 60위 안에 들어야 했다. 대회 참가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차도 팔았고 훈련 틈틈이 진공청소기 영업도 했다. 결국 프림퐁은 보시와 처음 만난 곳이자 가장 오랜 시간 땀을 흘렸던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북아메리카컵에서 14위에 오르며 평창 티켓을 거머쥐었다.

통가 타우파토푸아(왼쪽)와 그룬드만 감독.
통가 타우파토푸아(왼쪽)와 그룬드만 감독.
통가의 타우파토푸아 역시 올림픽을 3주 앞두고 엔트리 마감 전 남은 단 하나의 대회에서 극적으로 평창 티켓을 따냈다. 눈을 처음 본 지 18개월 만, 스키를 처음 신은 지 14개월 만이었다. 이 역시 타우파토푸아의 패기 하나만 보고 선뜻 통가의 스키 감독을 맡겠다고 나선 스티브 그룬드만(독일) 덕분에 가능했다. 예산이 부족한 이들은 포인트를 따기 위한 대회 출전 일정을 조율하느라 늘 머리를 쥐어짰고 결국 마지막 대회지인 아이슬란드에 편도티켓만 끊고 날아가 결국 꿈을 이뤘다. 타우파토푸아는 “스티브는 2년 가까이 보수도 한 푼 받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정 하나로 통가 스키가 올림픽에 가도록 도와줬다. 그는 진정한 통가인!”이라고 말한다.

평창=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평창올림픽#가나 스켈레톤#통가 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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