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딸 유품서 찾은 편지에 “엄마 아빠, 미안해요 사랑한단 말을 못했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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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리조트 참사 한달… 아물지 않는 상처

“처음엔 이사를 가려고 했어요. 집에 체리의 흔적이 곳곳에 있고 자꾸 생각이 나니까….”

지난달 17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로 숨진 고(故) 윤체리 양의 아버지 윤철웅 씨(49)는 딸 이야기가 나오자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윤 씨는 딸이 세상을 떠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지금도 밖을 돌아다닐 때 딸 또래의 아이나 딸이 입었던 옷과 비슷한 걸 보면 눈길이 머물고 슬픔이 밀려온다.

14일 오후 기자가 경기 광주시의 집을 방문했을 때 윤 씨는 딸의 유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윤 씨는 딸이 고등학교 3학년 때 작성한 편지를 발견했다. 학교 과제로 부모님께 쓴 편지였다. 편지에는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은 ‘있을 때 제대로 해주지 않았을 때’라고 하더라. 이 글을 엄마랑 아빠랑 읽게 된다면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 하지 못하고 쑥스러워 자꾸 뒤로 빼서 미안하고 또 고맙고 사랑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윤 씨는 편지를 보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한 달의 시간이 지났지만 붕괴사고 사망자 가족들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윤 양의 어머니 이한나 씨(38)는 딸이 지난 밸런타인데이 때 준 초콜릿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이 씨는 베트남어를 전공한 뒤 함께 사업을 하자면서 꿈을 키우던 딸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며 끝내 울먹였다.

사고 당시 중상을 입은 장연우 씨(19)는 현재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장 씨는 대퇴부와 다리 관절뼈가 완전히 부러진 데다 조직세포가 부분적으로 죽는 괴사가 나타나 아홉 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완치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장 씨의 어머니 이정연 씨(53)는 고통스러워하는 딸을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있었다. 이 씨는 “합동영결식이 끝나고 유족 합의가 끝나자마자 연우에게 오는 병문안 발길이 딱 끊겼다”며 “이겨내야 할 것이 너무 많은 아이인데 이대로 잊혀지게 될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장 씨를 포함한 부상자 10명은 아직까지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장 씨와 함께 건물에 깔려 3시간여 만에 구조된 이연희 씨(19)도 부산대병원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부상자뿐만이 아니다. 당시 사고 현장에 있었던 학생들은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S)을 호소하고 있다. 한 달 동안 부산외국어대 재난심리상담센터를 통해 상담을 받은 학생은 300여 명으로 이들은 불면증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학교 측은 상담을 받은 학생 중 10%는 불안감이 심해 집중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광주=임현석 lhs@donga.com·권오혁 기자
#경주 리조트 참사#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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