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감정대립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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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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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내사종결 致死사건 수사지휘로 해결”… 警 “내사종결 사실없다” 반박
수뇌부 갈등에 하급기관 사건처리 놓고 氣싸움

수사권 조정 문제를 둘러싼 검·경 수뇌부 갈등이 하급기관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2부(부장 김훈)는 27일 동거녀 김모 씨(40)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박모 씨(40)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경찰은 박 씨가 살인 동기가 없고 머리 외에 별다른 외상이 없으며, 유족도 부검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단순 검시 및 내사종결 의견을 냈다”며 “피해자 사인에 강한 의문이 든 검사가 부검에 소극적이던 경찰과 달리 적극적이고 신속한 부검 및 수사지휘로 묻힐 뻔한 사건의 전모를 밝혔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살해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검사의 수사지휘가 없었다면 내사 종결됐을 사건을 적정한 수사지휘를 통해 진실을 발견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자화자찬했다.

이에 대해 사건을 수사한 서울 강동경찰서는 검찰 발표 5시간 후 반박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경찰은 “담당형사가 사망원인이 외부 요인에 의한 ‘경막하뇌출혈’로 나왔기 때문에 부검을 해야 한다고 했으며 검찰 주장처럼 ‘내사종결하겠다’고 말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검사 지휘 전에 이미 피해자를 부검하기로 내부 결정을 한 상태며 사건발생보고 및 지휘건의서도 ‘부검을 해 사인을 명확히 하겠다’는 내용으로 기재돼 있다”고 주장했다.

검경 안팎에서는 수사 공과를 둘러싼 동부지검과 강동서의 감정싸움이 이번 수사권 조정 문제와 연계돼 벌어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가 논의하고 있는 수사권 조정 문제는 경찰 수사개시권 명문화와 경찰의 복종의무 삭제. 두 사안 모두 궁극적으로는 경찰 수사권 독립과 맥이 이어져 있다.

이 때문에 경찰 수사권 독립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검찰은 ‘경찰의 능력 부족’을, 경찰은 ‘검찰의 수사 전횡’을 이론적 배경으로 삼았다. 검찰은 이번에도 ‘경찰의 능력 부족’을 입증하려는 듯 보도자료를 통해 ‘경찰의 수사 잘못’을 지적했지만 경찰이 과거와 달리 크게 반발하며 반박자료까지 배포한 것.

한편 김준규 검찰총장(사진)은 27일 조현오 경찰청장이 전날 “수사권 조정 문제에 자신의 직위를 건다는 자세로 임하라”고 한데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오전 9시부터 2시간 동안 김 총장 주재로 검사장급 이상이 참석한 간부회의를 열고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김 총장은 “나라와 국민이 아닌 조직만을 위해 자신의 직위를 거는 것은 공직자의 바른 자세가 아니다”라며 “사법경찰이 독자적으로 판단해 수사를 한다면 국민이 피곤하고 억울하게 되는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검찰 간부들 사이에서는 “조직을 위해 직위를 건다는 건 조폭이나 하는 얘기”라는 강도 높은 비판도 나왔다.

이에 대해 박종준 경찰청 차장은 “최근 사개특위 논의는 검찰 지휘를 안 받겠다는 게 아니라 현재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현실을 법제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조 청장이 내부회의에서 간부들을 대상으로 조직 현안에 관심을 갖도록 당부한데 대해 다른 기관에서 폄훼하는 것은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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