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서 확인땐 머리서 발끝까지 보호장비 입혀 병원격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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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장이 8층 격리병상으로 들어가는 이중문의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중문은 동시에 열리지 않고, 한 개 문이 닫혀야 다른 문이 열리는 방식으로 작동해 병원균을 차단한다. 오른쪽 사진은 본보 유근형 기자가 의료진이 입는 방호복을 착용한 모습. 국립중앙의료원 제공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장이 8층 격리병상으로 들어가는 이중문의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중문은 동시에 열리지 않고, 한 개 문이 닫혀야 다른 문이 열리는 방식으로 작동해 병원균을 차단한다. 오른쪽 사진은 본보 유근형 기자가 의료진이 입는 방호복을 착용한 모습. 국립중앙의료원 제공
미국 보건 당국은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자국 환자 2명을 본국으로 송환해 치료하고 있다. 미국의 감염병 치료 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에볼라 바이러스 의심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인천공항에서 발견됐을 경우 어떤 절차를 통해 격리 치료를 받게 될까.

비행기에서 나오면 인천공항 입국장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곳엔 현재 10∼13개의 검역대가 운영되고 있다. 열감지 카메라를 통해 체온이 38도가 넘는 사람이 발견되면 2층 보안구역에 위치한 격리진료실에서 추가 검진을 실시한다. 에볼라 바이러스 발생국을 방문했거나 의심 증상이 있으면 공항 내 격리병상으로 격리돼 잠복기(최대 21일) 동안 관찰을 받는다.

설사, 구토 등 의심 증상이 본격적으로 발현돼 전문 치료가 필요하면 전국 17개 지역 격리병원으로 즉시 이송된다.

의심환자 이송 시에는 환자와 의료진 모두 보호장비를 착용한다. 입자가 5μm(마이크로미터) 미만인 병원균까지 걸러주는 보호마스크 ‘N95’가 지급된다. 머리부터 발까지 감쌀 수 있는 원피스 형태의 보호의와 보호버선도 착용해야 한다. 보호장비를 갖춰 입어도 모든 감염병이 예방되는 것은 아니지만 90% 가까이 막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본보 기자가 보호장비를 입고 마스크까지 착용하니 호흡이 쉽지 않았다. 실제로 의료진이 이런 복장으로 임무를 수행한다는 사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송에는 음압시설이 완비된 특수 구급차가 사용된다. 공기 중 미세입자를 빨아들여 병원균을 없애 의료진의 감염을 막아주는 시설이다.

증상이 나타날 정도의 환자가 발생했다면 그와 함께 비행기를 탔던 환자들에 대한 추적관찰도 진행된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잠복기 동안에는 전염성이 없기 때문에 동승자들은 주로 가정에 격리된다. 다른 가족과의 접촉이 금지되고 지역 보건소 직원이 매일 격리 여부, 건강상태를 확인하게 된다.

에볼라 의심 환자가 가장 많이 이송될 곳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국립중앙의료원이다. 8층에 음압병상을 갖춘 특수격리병상이 15개, 일반격리병상이 12개가 준비돼 있다.

구급차는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후문 출입구에 도착하게 된다. 보호장비를 착용한 의료진 2명이 병원 내 전용 엘리베이터로 8층까지 환자를 이송한다. 해외의 경우 병원 바깥에서 격리병상까지 곧바로 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도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그런 시설을 갖춘 병원은 없다. 에볼라 바이러스 등 감염병 환자가 사용한 전용 엘리베이터는 철저하게 통제되고 수시로 소독이 진행된다.

8층 격리병동에 들어가려면 이중문을 통과해야 한다. 2개의 문은 절대로 동시에 열리지 않는다. 하나의 문이 닫혀야 다른 문이 열리는 시스템으로 감염균 전파를 막는 기능을 한다.

병동에 들어서도 음압시설이 완비된 격리병상으로 들어가려면 또 한 번의 이중문을 통과해야 한다. 격리병상에 들어서면 환자는 보호장비를 벗고 환자복으로 갈아입는다.

특수격리병상은 공기가 문에서 병실 안으로 흐르게 설계됐다. 의료진이 병실에 들어갈 때 병원균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병실 가장 안쪽에 위치한 필터는 공기를 계속 빨아들이고 신선한 공기는 다시 주입한다. 공기 중 미생물을 죽이는 UV라이트도 설치돼 있다.

물론 한계도 있다. 미국 등 최고 수준의 격리병상은 연구실과 붙어있다. 환자 치료와 각종 검사, 연구를 동시에 진행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국내에는 에볼라 바이러스 검사 및 연구가 이뤄질 수 있는 BL4 수준의 실험실이 없다. 병상과 붙어있는 연구실은 당연히 없다. BL4 연구실은 충북 오송에 11월 완공되지만 검사를 하려면 환자의 혈액을 들고 병원과 연구실을 왔다 갔다 해야 한다.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장은 “BL4 수준의 연구실 하나를 만드는 데 약 200억 원이 소요된다. 치료와 연구가 동시에 이뤄지는 공간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고 말했다.

인력 부족도 문제다.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의 경우 현재 전문의 3명, 간호사 12명이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에볼라 바이러스처럼 심각한 감염병이 발생하면 전문의 1명과 간호사 1명이 24시간 돌봐야 한다. 환자가 3명이 넘을 경우 사실상 정밀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종복 국립중앙의료원 부원장은 “실제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인력 충원 등의 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며 “2007년에 지은 특수격리병상은 최신식은 아니지만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고 말했다.

유근형 noel@donga.com·김수연 기자   
#에볼라 바이러스#에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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