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의 정치 발언, 총선참패 불러”… 대통령 책임 제기한 與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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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총선 95일만에 ‘백서’ 공개

“당 소속의 대통령은 자신을 따르는 친박(친박근혜)과 따르지 않는 비박(비박근혜)의 한가운데서 계파 갈등의 원인을 제공했다.” 새누리당이 17일 4·13총선 참패 95일 만에 내놓은 ‘총선 백서’의 한 대목이다. ‘국민에게 묻고 국민이 답하다’라는 제목의 백서는 총선 참패의 주요 원인으로 ‘막장 드라마’라고 불린 공천 파동 등을 꼽으며 여러 대목에서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했다.

○ “배신의 정치 발언이 계파 갈등의 발단”

19일 공식 발매에 앞서 이날 공개된 총 291쪽 분량의 백서는 국민, 출입기자, 당 사무처 직원, 총선 경선 후보, 전문가 등의 의견을 바탕으로 외부 인사가 집필했다. 집필진은 공개되지 않았다.

백서는 총선 참패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계파 갈등’을 지목했다. 특히 지난해 6월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이 계파 갈등의 발단이었다고 썼다. 이 발언을 계기로 계파가 갈리고, ‘미운털’ 박힌 유승민 의원이 결국 공천을 받지 못하면서 국민은 ‘청와대가 선거에 깊이 개입했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은 “유권자의 눈에는 대통령이 친박 정당을 만들어 퇴임 후 당권을 장악하려는 것처럼 비쳤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 사무처는 ‘배신의 발언’ 이후 당의 견제 기능이 상실됐다는 의견을 냈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담뱃값 인상 등 국민 불만이 쌓여 가는데도 당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는 얘기다. 한 당직자는 “노동개혁의 경우 정부와 당은 ‘청년 일자리 정책’이라고 했지만 청년들은 비정규직만 만들어 내는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 “이한구 독단도 민심 이반 원인”

이한구 전 공천관리위원장과 ‘진박(진짜 친박) 마케팅’으로 논란을 빚은 최경환 의원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이 전 위원장의 독단이 민심 이반의 원인으로 크게 작용했다”(서울 소재 대학 정치학과 교수), “특정 인물 찍어내기에 대해 모두 만류했지만 위원장은 공천 학살을 감행했다”(당 사무처)는 지적이 나왔다. 최 의원의 경우 직접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박 대통령이 좋아 새누리당을 찍는 이들한테 ‘진박 마케팅’이 무슨 소용이 있냐”며 “하지만 당을 보고 찍은 이들은 ‘새누리당이 왜 이래’ 하면서 돌아섰다”(한 경선 후보)고 비판했다.

다만 당내에서 쏟아지는 ‘친박 책임론’과 달리 누가, 어떻게 공천 과정을 파국으로 이끌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아 공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막말 파문을 일으킨 윤상현 의원도 거론되지 않았다.

○ ‘옥새 파동’ 김무성, ‘홍보쇼’ 조동원

백서는 ‘180석 발언’ 등 김무성 전 대표의 행보도 총선 참패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야권 분열이라는 호재에 기대 여러 자리에서 승리를 자신하는 발언을 했고, 국민은 이를 ‘오만’으로 느꼈다는 것이다. 한 국민은 “김 전 대표의 ‘도장런’(옥새 파동)은 (공천) 추태의 절정이었다”며 공천 파동을 막지 못한 책임을 물었다. 홍보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조동원 전 홍보본부장도 독단적 업무 스타일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뛰어라 국회야’란 슬로건은 여당이 남 탓만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지적이 나왔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패러디 영상 ‘무성이 나르샤’도 장난처럼 느껴져 “불난 집에 부채질한 꼴이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 대표에 출마한 비박계 김용태 의원은 “‘친박 패권’이라는 구조적 원인에 대해선 언급이 없어 아쉽다”며 “이것으로 친박 패권의 몸통들에게 면죄부가 발부됐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라고 말했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비박계의 요구대로 외부에 맡겨서 박 대통령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까지 포함해 모든 내용을 담은 것 아니냐”고 했다.

○ 김무성 사퇴하며 당직자에게 격려금 6억 원 지급

한편 새누리당은 총선 직후 사퇴한 김 전 대표의 지시에 따라 4월 15일 사무처 당직자들에게 ‘총선 사무처 당직자 격려금’ 명목으로 당비에서 6억1600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총선에서 패하고도 200여 명인 당 사무처 직원 1인당 평균 300만 원가량씩 격려금 잔치를 벌인 셈이다. 김 전 대표 측은 고생한 당직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지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강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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