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무료” 美주장과 달라… “이란에 너무 퍼줘” 비판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19일 04시 30분


[美-이란 종전 MOU 발효]
핵제거 모호-우라늄 반출 언급 없어… 동결자산 해제-재건기금도 논란
“레이건이 무덤에서 뒤척이고 있어”… 종전 MOU 두고 美공화당서도 비판
60일뒤 이란에 통행료 내야할수도

종전 MOU 서명하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이 17일(현지 시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의 만찬에서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브리지트 여사(왼쪽),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왼쪽에서 두 번째), 마크롱 대통령(왼쪽에서 다섯 번째) 등이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출처 백악관 X
종전 MOU 서명하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이 17일(현지 시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의 만찬에서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브리지트 여사(왼쪽),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왼쪽에서 두 번째), 마크롱 대통령(왼쪽에서 다섯 번째) 등이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출처 백악관 X
“레이건이 무덤에서 뒤척이고 있다(rolling over in his grave). 수십 년 중 최악의 외교 실수다.”

이란에 크게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미국-이란 간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두고 미국 집권 공화당에서조차 강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빌 캐시디 공화당 상원의원은 17일(현지 시간) X에 “이란의 핵 야망은 억제되지 않았고 (이란이 중동의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을 위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교훈까지 얻었다”며 이같이 질타했다. ‘강한 미국’을 주창한 보수 거두이자 집권 중 이란에 강경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무덤에서조차 일어날 수준의 과한 양보라는 의미다.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 공화당의 다른 인사도 MOU 비판에 동참했다.

특히 중동의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 통행 관련 내용이 명시된 MOU의 제5항에 대한 우려가 크다. 뉴욕타임스(NYT)는 “해협의 완전 자유 항행 체제가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이 향후 ‘60일 동안만’ 상선에 대한 통행료를 면제한다고 밝힌 이 조항이, 60일 뒤엔 사실상 통행료를 부과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탓이다.

● 이란, ‘호르무즈 통제권’ 계속 강조할 듯


MOU의 제1항은 미국과 이란, 양측 동맹국이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 작전을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종료한다고 명시했다. 추가 협상이 진행되는 향후 60일간 미국이 이란 전쟁의 확전 부담에서 벗어나 최소한의 종전 출구를 마련했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전쟁 후 치솟았던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안정되면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17일 “경제적 재앙을 보고 싶지 않았다”고 밝혀 MOU 체결을 서두른 이유가 경제적 충격 줄이기임을 시사했다.

다만 MOU의 주요 항목이 이란에 유리한 내용으로 채워졌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60일간의 한시적 호르무즈 통행료 면제’ 외에도 MOU 제5항에는 이란이 오만 및 페르시아만 연안국들과 호르무즈 해협의 향후 행정 및 해상 서비스를 논의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국제법상 호르무즈 해협은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 자유 항행 가능 지역이지만 이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즉, 이란이 당장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호르무즈 해협을 잠시 개방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추가 핵 협상 등이 난항을 겪는다면 언제든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 핵 의제 구체적 언급 없어

핵 의제에선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내용을 다루는 제8항에선 “이란은 핵무기를 획득하거나 개발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한다”고 규정했다. 또 고농축 우라늄 등 이란의 핵물질 처리를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독 아래 현장에서 희석하는 방식 등을 명시했다.

다만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이란이 과거 수차례 해온 발언이어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이란은 1970년 핵확산금지조약(NPT) 비준,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맺은 핵합의(JCPOA) 때도 겉으로만 ‘핵 포기’를 거론했다.

MOU에선 이란이 보유한 준(準)무기급 고농축 우라늄 재고를 어떻게 처리할지, 향후 우라늄 농축을 허용할지 여부 등이 언급되지 않았다. 이란에 대한 핵 사찰 관련 내용도 없다. 앞서 미 고위 당국자는 12일 브리핑에서 MOU에 “우리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문구를 마련했다”며 이란 핵물질 폐기 및 반출 등을 이전보다 명확히 표현했다고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관련 내용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시작한 가장 큰 이유로 꼽았던 이란 핵 의제가 향후 60일의 협상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최대 변수라고 지목했다.

● ‘오바마보다 더 퍼줬다’ 비판 나올 듯

MOU 제10항은 “미국은 MOU 서명 즉시 이란산 원유, 석유제품, 파생상품의 수출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에 대한 제재 면제를 발급할 것을 약속한다”고 규정했다.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이란 경제에 큰 호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제11항에 따르면 미국은 “MOU가 이행되는 즉시 이란의 동결·제한된 자금·자산을 전면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며 미국이 동결 중인 약 1000억 달러(약 151조 원)의 이란 자산에 대한 이란의 광범위한 접근권을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이 동결 자산이 “우리(미국)의 돈이 아니라 그들(이란)의 돈”이라며 “어느 시점에는 돌려줘야 할 것”이라고 이란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했다.

제6항에 포함된 3000억 달러(약 452조 원)의 이란 재건 기금 또한 논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오바마 행정부가 핵합의 후 이란에 17억 달러(약 2조5600억 원)를 제공한 것을 ‘현금 퍼주기’라고 비판했다. 그랬던 그가 정작 이보다 훨씬 큰 규모의 이란 지원에 합의한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MOU에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과 운용, 헤즈볼라 등 중동 내 친(親)이란 무장단체에 대한 지원 등에 관한 내용도 거론되지 않았다. 미국 내는 물론이고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같은 중동 내 미국 동맹의 반발 또한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에도 트루스소셜에 “내가 이란에 충분히 강경하게 대처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바보들은 질투심에 눈이 멀었거나, 악당이거나, 멍청한 사람”이라며 MOU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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