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협상부진 조바심…“2~3주내 이란 석기시대 만들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4월 2일 10시 57분


대국민 연설…종전 선언은 없어
“전에 없던 승리” 자화자찬에도
이란 정권 협상 의사 안보이자
“앞으로 2~3주 강력한 공격할 것”
호르무즈 폐쇄엔 “美석유 사라”

언론 “유가 폭등 등 여론 악화에
중간선거 앞두고 뒤늦은 지지 호소”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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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이란전 핵심 전략 목표가 거의 완료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이란의 군사력을 마비시켰고, 테러리스트 대리 세력을 지원하는 능력을 분쇄했고, 핵폭탄 시스템을 구축할 능력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베트남 전쟁, 한국 전쟁 등과 비교하며 이란과의 전쟁이 단기간에 군사적 목표를 달성한 전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종전 선언’ 등 그동안의 발언에서 진전된 메시지는 내놓지 않았다. 이란을 향해선 지지부진한 협상을 의식한 듯 “앞으로 2~3주 동안 그들을 강력하게 공격해 석기 시대로 되돌릴 것”이라고 경고하는데 그쳤고, 파병 요구를 거부한 국가들에게는 미국에서 석유를 사거나 직접 호르무즈 해협에 가서 석유를 확보하라고 했다.

외신들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사실상 미국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뒤늦은 호소에 가까웠다”며 박한 평가를 내놨다. CNN은 “기존의 익숙한 주장들을 되풀이했다”고 보도했고, 워싱턴포스트(WP)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유가 폭등 등에 따른 여론 수습의 일환”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도 “군사적 승리 주장에도 종전 시점은 못 밝혔다”고 평가했다.

연설에 대한 실망은 곧바로 시장에 반영됐다. 국제 유가가 트럼프 대통령 발언 직후 급등한 것.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을 시작할 때 하락세를 보였던 국제 유가는 연설이 끝날 무렵 상승세를 보이며 2.5% 이상 올랐다고 NYT는 보도했다. 연설 시간 장이 열려있던 코스피도 급격하게 하락했다.

“2~3주동안 강력하게 공격, 협상도 함께 진행”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누구도 본 적 없는 전장의 승리가 펼쳐지고 있다”며 연설의 대부분을 미군의 성공을 자축하는데 할애했다. 그는 “우리의 적들은 패배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제 그 어느 때보다 더 큰 승리를 거두고 있다”며 지난 몇 주간의 폭격을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승리”라고 반복해서 묘사했다. 또한 그는 전쟁을 “미국인들의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부르며 인내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란을 향한 공격이 끝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앞으로 2~3주 동안 그들을 강력하게 공격해 석기 시대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의 공격 양상에 대해서는 “이 기간(2~3주) 동안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우리는 핵심 목표물을 주시하고 있다. 협상이 없다면 우리는 그들의 모든 발전소를 강력하게, 아마도 동시에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석유 시설은 가장 쉬운 목표물”이라면서 “석유 시설을 공격할 수 있고, 그렇게 한다면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도 했다. 이란 내에 남아있는 농축 우라늄 등 핵 저장 시설 관련해서도 “우리는 위성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그들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것을 발견하면 미사일로 강력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공 의지에 대해 그가 이란과의 지지부진한 협상 속도에 조바심을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NY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최근 여러 미국 정보기관들은 이란 정권이 실질적인 협상에 나설 의사가 없다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강력한 경고 뒤에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은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공격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못가면 미국산 석유 사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이 봉쇄 중인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선 “첫째, 미국에서 석유를 사라. 우리는 석유가 풍부하다”고 말했다. 이어 “둘째, 미뤄왔던 용기를 좀 내라. 진작에 했어야 했는데 (필요한 국가들이) 이란으로 가서 석유를 빼앗고, 보호하고, 당신들이 이용하라”고 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들은 그 통로를 소중히 여기고 확보해야 한다”며 “우리는 쉽게 도울 수 있지만, 그들 스스로 해야 한다. 그들이 절실히 의존하는 석유를 보호하는 데 (스스로가)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연료를 얻지 못하는 많은 나라들이 이란의 지도부 제거에 참여하기를 거부하고 있다”며 유럽의 파병 거부 등에 대해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국제 유가 급등 등 상황에 대해서도 “석유 흐름이 재개되면 가스 가격은 빠르게 하락하고 주가도 빠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이란은 사실상 초토화됐다. 어려운 부분은 끝났으니 이제 쉬울 것”이라며 “어쨌든 이 분쟁이 끝나면 이란은 그들의 재건을 위해 석유를 팔고 싶어 할 것인데 이란 해협은 ​​자연스럽게 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에 전쟁 책임 돌리며 “군사적 목표 거의 완료”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전쟁의 명분을 설명하는 데도 집중했다. 그는 먼저 “동맹국을 돕기 위해 이란에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를 통해 미국이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 문제에 있어서 “중동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했다”면서 “우리가 이란에 있어야 할 필요도 없고, 이란의 석유도, 이란이 가진 그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지만 동맹국을 돕기 위해 그곳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란을 ‘무자비한 정권’으로 규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란 공격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2015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첫날부터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며 “이란 정권은 47년 동안 ‘미국과 이스라엘에 죽음을’을 외쳐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1983년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수도 베이루트의 미 해병대 사령부를 공격해 미군 241명이 사망한 사건 등을 예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 정권을 ‘살인 정권’이라고 규정하며 “최근 이란에서 시위하던 자국민 4만5000명을 학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4만5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리스트들에게 핵무기는 용납할 수 없는 위협이 될 것”이라며 “지구상에서 가장 폭력적이고 깡패 같은 정권이 핵무기 방어막 뒤에서 테러, 강압, 정복, 대량 학살을 자행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 최우선 선택은 항상 외교의 길이었지만, 이란 정권은 핵무기 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고 모든 시도와 합의를 거부했다”고 전쟁의 책임을 이란에 돌렸다. 그는 “전례 없는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이란의 노력은 수년 동안 미국 바로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고, 엄청난 양의 재래식 탄도 미사일을 빠르게 비축해 머지않아 미국 본토, 유럽, 그리고 지구상의 거의 모든 곳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을 보유하게 될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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