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병 압박]
전쟁 후폭풍 미중 관계에도 영향
트럼프 “전쟁때문, 어떤 술수도 없다”… 中, 정상회담 연기 관련 “美와 소통”
NYT “中, 더 많은 협상 지렛대 가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초 이달 말∼다음 달 초로 예정됐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약 보름 앞둔 16일(현지 시간) 회담을 한 달 연기하자고 중국 측에 제안했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전쟁의 후폭풍이 미중 관계에도 영향을 주는 모양새다.
회담 연기 제안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로이터통신은 “무역 갈등, 대만에 이어 중동 사태 또한 미국과 중국을 갈라놓는 쟁점으로 떠올랐다”며 “양국의 긴장이 고조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웬디 커틀러 부소장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회담 연기가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머지않은 시점에 양국이 새로운 정상회담 날짜에 합의한다면 양국 관계의 후퇴로 볼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 NYT “전쟁 장기화로 中 협상력 커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중국을 예정대로 방문할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회담을) 한 달 정도 늦춰 달라고 (중국에) 요청했다”고 답했다. 연기 요청 이유에 대해 “전쟁 때문”이라며 “어떤 술수도 없다”고 했다. 중국 외교부는 17일 회담 연기 가능성에 대해 “미국과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간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계속됐던 미국과의 무역전쟁 수위를 누그러뜨리겠다는 기대를 보였다. 이란의 우방이지만 미국의 이란 공습을 비교적 신중하게 비판해 온 것도 이번 정상회담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이에 따라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연기 요청을 거부하기보다는 양국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이어가는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의 이란 공습과 이란의 보복이 멈추지 않는 상황 또한 중국에는 부담이다. 중국은 2002년 이란의 핵개발 의혹이 제기된 후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를 받아 온 이란산 저가 원유를 대거 수입해 왔다. 또 이란은 중국이 주도하는 브릭스(BRICS), 상하이협력기구(SCO) 등 각종 다자기구의 주요 회원국이다. 이에 중동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해온 중국이 이란 공습을 주도한 트럼프 대통령을 자국으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가진다는 건 중국에 작지 않은 부담이다.
홍콩 싱타오(星島)일보는 17일 사설에서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을 성대하게 맞이한다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은 최근 미국이 전쟁 등에 집중하느라 상대적으로 정상회담 준비에 적극적이지 않은 점에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 측의 회담 연기 요청을 성과 있는 회담을 위한 재정비 기회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쟁 장기화 여파로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외에서 많은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는 만큼 중국이 더 많은 협상 지렛대를 가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 ‘무역법 301조’ 등 난관 여전
일단 미국도 전쟁과 이에 따른 고유가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회담 연기로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15, 16일 이틀간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미중 고위급 협상에서 기대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은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이유로 정상회담 연기 요청 사실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데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회담이 연기되면서 양측의 무역 및 관세 관련 논의가 지연되는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또 새로운 회담 날짜를 잡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당초 미중 정상회담을 20여 일 앞둔 11일에도 한국, 중국, 일본 등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중국 측 협상 대표인 허리펑(何立峰) 부총리는 파리 협상을 마친 뒤 “미국이 최근 301조 조사, 기업 제재 등 부정적인 조치를 잇달아 내놨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중국 측에 이란이 봉쇄 중인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를 해결하는 데 역할을 하라고 촉구하며 새 정상회담 날짜를 조율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미중 정상회담 개최를 미루며 중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해결하는 데 역할을 하라고 계속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린젠(林劍)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회담 연기와 관련해 “추가로 제공할 정보가 없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은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무관하다는 점을 이미 미국 측이 밝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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