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美 침략 방어” 비상선포문 발효
친마두로 민병대, 장총 들고 거리 순찰
해외동포 환호와 반대로 쥐죽은 듯 조용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 취임 선서뒤
“美에 인질로 잡힌 두 영웅에 깊은 고통”
AP 뉴시스
“아무도 감히 축하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위성도시 과티레에 사는 교사 힐마리스 에스피노사 씨는 “삼엄한 분위기 탓에 거리는 조용하다”고 5일 스페인어 매체 엘문도에 말했다. ‘차베스주의’ 정권을 피해 해외로 이주한 베네수엘라인들이 세계 각지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 환영 집회를 연 반면 베네수엘라는 깊은 침묵에 빠졌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며 공포통치의 고삐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에 대한 지지 의사를 보이는 사람을 검거하겠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비상선포문을 발효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의 군사 행동에 따라 침략을 격퇴하고 국민 기본권을 보호하며 공화국의 신성한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불가피한 특별 방어 조치”라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반대파 탄압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비상선포문에 따르면 앞으로 90일간 국내 이동 제한, 집회 및 시위 권리 정지, 필요시 사유 재산 압류 등이 가능해진다. 정부군과 민병대 총동원령, 공공 서비스 인프라 및 석유산업 군사화, 국경 지대 병력 증강 및 순찰 강화 등을 지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비상선포의 효력은 추후 연장할 수 있어 사태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지 언론은 카라카스 등 주요 도시에 친(親)마두로 민병대 ‘콜렉티보’ 대원과 보안군이 배치돼 검문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콜렉티보는 지난해 7월 대선 직후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유혈 진압을 주도하는 등 베네수엘라에서 공포의 대상으로 통한다. 엘페리오디코는 “장총을 든 콜렉티보 대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 순찰을 돌자 시민들은 두려움 때문에 집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카라카스 주민 아나 씨는 “마두로 대통령의 측근이 그대로 남아 정부를 이끄는 상황에서 베네수엘라에 표현의 자유는 없다.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한탄했다. 한 시민은 “휴대전화를 압수당할 수 있어 외출하기 전에 채팅 기록을 지웠다”고 했다.
5일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의 임시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국회의사당에서도 보안당국이 최소 14명의 언론인을 체포하며 충돌을 빚었다. 베네수엘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언론인들이 취재 도중 체포됐고 보안당국이 이들의 휴대전화를 뺏어 메모, 사진, 연락처, 이메일 등에 접속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자의적 구금은 언론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규탄했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취임 선서 직후 “미국에 인질로 잡힌 두 영웅, 마두로 대통령과 영부인 실리아 플로레스의 피랍에 깊은 고통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의 불법적인 군사적 침략으로 인해 베네수엘라 국민이 겪은 고통에 대한 슬픔을 안고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베네수엘라 대통령궁 인근에서는 무인기(드론)가 접근해 보안군이 대응사격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CNN에 “미국은 이번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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