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칠레-볼리비아-에콰도르
치안 불안-고물가에 민심 등돌려… 유권자들 이념 보다 경제 더 중시
트럼프 친미 우파 지원도 한몫
내년 4개 대선, 흐름 이어질 가능성
칠레, 에콰도르에 이어 온두라스에서도 24일 대선 개표 결과 우파가 승리하면서 중남미 정치 지형의 ‘블루 타이드(blue tide·우파 정부 연쇄 집권)’에 마침표를 찍었다. 올해 치러진 중남미 4개국 대선에서 좌파 후보가 모두 패배하며 중남미 주요 20개국 중 우파(10개국) 및 중도(1개국) 성향 정권이 과반을 차지하게 됐다. 이로써 1998년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우고 차베스가 승리하며 열어 젖힌 중남미 ‘핑크 타이드(pink tide·좌파 정부 연쇄 집권)’ 시대가 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파 정권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고 경제난과 범죄·마약문제 해결을 약속해 승리를 거머쥐었다. 내년에도 4개 대선 중 2개에서 우파 정부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블루 타이드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파스 볼리비아 대통령 “이념은 식탁 채우지 못해”
24일 대선 개표가 마무리된 온두라스에서 보수 성향의 나스리 아스푸라 후보가 승리했다. 내년 1월 취임하는 아스푸라 당선인은 미국과의 협력, 친(親)기업 정책을 강조하는 우파 성향 후보다. 온두라스 외에도 칠레,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 올해 대선을 치른 중남미 국가에서 우파 혹은 중도 성향 후보가 승리했다.
중남미 좌파 퇴조 현상은 물가 상승 등 경제난과 더불어 강력범죄 및 불법 이민자가 늘면서 민심이 등을 돌린 여파로 풀이된다. 하상섭 국립외교원 전략지역연구부 교수는 “중남미의 최근 우경화 흐름은 고물가 등 경제상 황에 대한 불만이 핵심 요인”이라며 “중남미 유권자들은 이데올로기나 독재 이슈보다 경제와 치안을 더 중시한다”고 분석했다.
좌파 정권하에서 심각한 치안 악화를 겪은 칠레에선 우범 지역에 군대 투입과 불법 이민자 추방을 약속한 강경 보수 성향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했다. 20년간 좌파 정권이 집권했던 볼리비아도 중도 성향의 시장주의자 로드리고 파스 대통령이 지난달 취임했다. 파스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이념은 식탁을 채우지 못한다”며 경제난 타파, 부패 척결,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강조했다. 에콰도르에서도 갱단 진압을 위해 군을 동원한 중도 우파 성향의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이 올 4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내정간섭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들 국가의 친미 우파 세력을 적극 지원했다. 예컨대 올 10월 중간선거를 앞둔 아르헨티나에 400억 달러의 투자와 통화 스와프 체결을 약속했다. 그 결과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여당이 중간선거에서 대승을 거뒀다.
중남미 우파 지도자들은 반이민, 범죄 강경 대응, 친시장 기조 등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정책 기조를 본떠 지지를 이끌어 냈다. 올해 10차례 넘게 방미해 트럼프와의 친분을 과시한 밀레이 대통령은 ‘전기톱 개혁’을 내세우며 정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방한 불법 이민자를 자국 교정시설에 수용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샀다.
● 중남미 ‘블루 타이드’ 내년에도 유지
중남미의 블루 타이드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내년에 대선을 치르는 브라질, 콜롬비아, 페루, 코스타리카에서 보수와 진보 정권의 비율이 2 대 2 동률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각각 내년 2월, 4월 대선이 치러지는 코스타리카와 페루에선 보수 성향인 여당 후보의 승리가 예상되고 있다. 콜롬비아에선 우파 성향의 미구엘 우리베 투르바이 상원의원이 올 6월 유세 도중 총격으로 숨지는 등 극심한 정세 불안에도 집권 여당 소속으로 좌파 성향인 이반 세페다 상원의원이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브라질에선 중국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중도 좌파 성향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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