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암호화폐 억만장자 사면 해놓고 “누군지 모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4일 11시 17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5 APEC CEO 서밋’에서 특별 연설을 하고 있다. 2025.10.29. 공동취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5 APEC CEO 서밋’에서 특별 연설을 하고 있다. 2025.10.29. 공동취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자신이 사면한 가상화폐 거래소 창업자에 대해 “누군지 모른다”고 말해 논란이다. 사면 대상자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사면권을 행사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검토하지 않고 ‘오토펜’(자동 서명기)으로 사면권을 행사했다고 비판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간) 방영된 CBS ‘60분’ 인터뷰에서 자금세탁 방지 규정 위반 등으로 미국 내 사업이 금지된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창업자 자오창펑(趙長鵬)을 사면한 이유를 질문받자 “나는 그가 누군지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가 약 4개월 징역형을 받았고, 바이든 행정부의 마녀사냥 희생자라는 것만 알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에 의해 정말로 지독한 취급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자오를 만난 적이 없다고 거리를 뒀다.

자오는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인정한 뒤 지난해 5월 징역 4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당시 법무부는 바이낸스가 제재 대상 집단과 범죄 조직의 불법 자금 수십억 달러를 세탁하는 등 자금 세탁 허브가 되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그를 사면함으로써 그가 미국에서 사업을 재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지난해 4월 30일 미국 시애틀 연방법원에 도착한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창업자 자오창펑 전 최고경영자(CEO). 시애틀=AP/뉴시스
지난해 4월 30일 미국 시애틀 연방법원에 도착한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창업자 자오창펑 전 최고경영자(CEO). 시애틀=AP/뉴시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 결정을 두고 이해 충돌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트럼프 일가의 가상화폐 기업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과 바이낸스 간 긴밀한 사업 관계 때문이다. 올해 초 바이낸스는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로부터 2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이 투자가 월드 리버티에서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USD1’으로 이뤄졌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자오가 ‘누군지 모른다’고 말한 것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권 행사에 대한 또 다른 논란을 불렀다. 그는 바이든 전 대통령의 임기 말 사면에 대통령 직접 서명이 아닌 ‘오토펜’이 사용됐다고 주장해 왔다. 인지 기능이 저하된 바이든이 대상자를 검토하지 않고 누군가 대신 처리한 ‘무책임한 사면’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미 하원 감독위원회는 지난달 말 오토펜으로 서명된 바이든 전 대통령의 사면이 무효라는 서한을 법무부에 발송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으로 바이든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부메랑이 돼 날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대변인을 지냈던 앤드루 베이츠는 소셜미디어 X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지적하며 “누가 백악관을 운영하고 있는가?”라고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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