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보호장치 없이 개인 해외투자 부추겨” 현장조사
일각 “정부, 환율 관리 실패 책임 개인-증권사 떠넘겨”
게티이미지뱅크
금융감독원이 해외 주식 투자와 관련된 증권업계의 영업 관행을 뿌리뽑기 위해 현장 검사에 나섰다. 증권사들이 해외 주식 수수료 수입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소비자 보호 장치도 없이 개인들의 투자를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환율 관리에 실패하고도 그에 대한 책임을 개인과 증권사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감원, 서학개미 유치 증권사 ‘정조준’
금감원은 이날 해외 주식 거래 상위 증권사 6곳과 해외주식형 펀드 상위 자산운용사 2곳을 현장 점검한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이와 함께 증권사를 대상으로 한 현장 검사에 즉시 착수했다는 점도 밝혔다.
금감원은 증권사들이 전반적으로 미국 주식 등 해외 주식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공격적인 이벤트를 실시해온 점을 문제삼고 있다. 특히 거래 금액과 비례한 현금 지급, 신규 및 휴면 고객에 대한 매수 지원금 지급, 수수료 감면 등을 통해 개인들의 무분별한 해외 주식 투자를 유도해왔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과도한 마케팅을 넘어 영업점, 관리부서 직원에 대한 성과 평가 과정에서도 해외 주식 거래 실적을 비중있게 포함시켰다”며 “단순한 점검 차원에서 현장 검사로 조사를 확대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금감원은 증권사들이 해외 주식 영업으로 큰 수익을 벌어들인 반면 개인들의 손실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상위 12개 증권사의 올 1~11월 해외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1조9505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다시 썼다. 11월까지의 수치지만 이미 작년 한 해의 수수료 수익(1조2458억 원)을 뛰어넘었다. 반면 개인들의 해외 주식 계좌 중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49.3%가 손실 상태며 계좌 당 이익도 50만 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감원은 내년 3월까지 해외 주식 투자와 관련된 증권사들의 신규 현금성 이벤트를 중단하기로 했다. 또 내년 1분기(1~3월)까지 거래금액에 비례해 현금, 주식 등을 지급하는 이벤트도 금지하는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다.
경남기업 워크아웃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7일 김진수(55)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의 자택과 금감원 사무실 등 4~5곳에 검사와 수사관 30여명을 보내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사진은 7일 오후 여의도 금융감독원의 모습. 2015.05.07. 【서울=뉴시스】
●“환율 관리 실패 민간에 전가하는 꼴”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금감원의 행보에 대해 고환율에 대한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증권사 간의 경쟁 덕분에 고객들은 거래 수수료 인하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데, 이 같이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마케팅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과도한 투자 유인’이라 규정했다는 것이다.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진행하는 이벤트는 기껏해야 몇만 원 수준에 불과하며, 고객들이 해외 주식 투자를 늘리는 것은 수 년 간 국내보다 해외 증시 수익률이 좋았기 때문”이라며 “증권사의 마케팅 정책을 해외 주식으로 투자가 쏠리는 배경으로 지목하는 상황이 납득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금감원의 강경한 방침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개인 투자자는 “금감원이 직접 증권사의 수수료 수입과 개인들의 수익률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투자에 대한 책임은 언제나 투자자 본인의 몫”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안정돼 있거나 개인들의 해외 주식 수익률이 좋았다면 과연 금감원이 이런 부분까지 문제삼을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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