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 입고 격전지 간 푸틴 “적 빨리 격퇴하라”… 휴전 수용 미지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14일 03시 00분


[‘종전’ 기로에 선 우크라전] 우크라전 휴전 주요 쟁점
러, 美지원 공백 틈타 쿠르스크 공세
EU “평화유지군 배치”… 러 강력 반대
우크라 20% 점령 러 “반환 안할것”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11일(현지 시간) ‘30일의 임시 휴전’에 합의하고, 러시아에도 이를 제안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3년 넘게 이어져 오면서 단 한 번도 휴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러시아가 휴전안을 수용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유세 시절부터 “재집권하면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각각 압박하며 휴전, 나아가 종전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휴전안과 주요 쟁점을 알아본다.

① 푸틴은 휴전안을 수용할까

12일(현지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군복을 입은 채 러시아 남서부 격전지 쿠르스크 사령부를 전격 방문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최대한 빨리 완전한 영토 해방을 단행하라”고 지시했다. 쿠르스크=AP 뉴시스
12일(현지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군복을 입은 채 러시아 남서부 격전지 쿠르스크 사령부를 전격 방문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최대한 빨리 완전한 영토 해방을 단행하라”고 지시했다. 쿠르스크=AP 뉴시스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휴전안이 발표된 다음 날인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군복을 입고 주요 격전지인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州)의 군 지휘소를 깜짝 방문했다. 그가 이곳을 방문한 건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주의 일부 지역을 점령한 후 처음이다.

최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점령지를 속속 탈환하며 유리한 전황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적을 패배시키고 최대한 빨리 완전한 영토 해방을 단행하라”고 지시했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 등을 향해 “쿠르스크의 적을 가능한 한 빨리 격퇴하라”고도 주문했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 외교담당 보좌관도 13일 현지 공영방송 인터뷰에서 “30일간의 휴전은 우크라이나군에게 휴식을 주고, 우크라이나를 돕게 될 것”이라며 휴전안 수용을 사실상 거부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푸틴 대통령이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합의한 휴전안을 곧바로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12일 워싱턴포스트(WP) 또한 러시아 정보기관 연방보안국(FSB)과 관련된 싱크탱크가 지난달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에 보고한 문서를 입수해 휴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했다. 이 문서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권을 완전히 해체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긴장을 고조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유리한 입장인 푸틴 대통령이 종전 협상에 임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다양한 선결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CNN과 영국 이코노미스트 등은 그가 우크라이나의 대선 실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불가,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무기 사용 제한, 미국의 우크라이나 원조 중단 등을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해 5월 5년 임기가 끝났지만 전쟁을 이유로 대선을 치르지 않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를 이유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집권 정당성에 줄곧 의문을 제기해 왔다. 대선을 통해 친(親)러시아 성향의 후보를 당선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② 격전지 쿠르스크주의 전황은 어떠한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줄곧 방어에 치중했던 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높지 않았던 쿠르스크주 수미, 수자 일대를 기습 점령했다. 종전 협상에서 현재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등을 돌려받기 위한 ‘영토 교환 카드’ 목적이었다. 우크라이나는 한때 쿠르스크주에서 1300㎢를 점령했지만 전력 열세 등으로 현재 1100km²(약 85%)를 뺏긴 상태다.

특히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설전 끝에 파국을 맞았다. 그 여파로 미국이 4∼11일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군사 및 정보 지원을 중단하면서 쿠르스크주를 탈환하기 위한 러시아군의 파상 공세가 더욱 거세졌다. 13일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자국 군대가 쿠르스크주 최대 도시 수자를 탈환했다고 밝혔다. 전날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1100㎢ 이상의 영토를 탈환하고 우크라이나군 430명을 생포했다.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점령 계획은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③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은 가능한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을 둘러싼 이견은 상당하다. 최근 우크라이나와 유럽 주요국은 종전 뒤 우크라이나에 유럽 주요국이 구성한 평화유지군을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직접적인 안보 보장이나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어렵다면 평화유지군이라도 있어야 러시아의 재침공 위협을 억제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희토류를 미국 주도로 개발하는 ‘광물 협정’의 타결 조건으로 안보 보장을 줄곧 요구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나토 회원국을 중심으로 한 30여 개국의 군 수장들은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평화유지군 구성 방안을 논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만 명의 평화유지군을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 정도 규모로 구성하는 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러시아는 평화유지군 주둔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④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반환은 가능한가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일대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점령하고 있다. 러시아는 종전 후에도 이를 돌려주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12일 수도 키이우에서 취재진에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러시아 땅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본격적인 종전 협상이 시작되면 이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대립도 한층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종전#러시아#격전지 쿠르스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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