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캐나다 ‘미국산 불매’ 열풍…“휴가도 국내로 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3일 11시 39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한 마트 진열대에서 미국산 주류를 치운 모습. “대신 캐나다산을 구매하세요”라는 팻말이 놓여 있다. 사진 출처 소셜미디어 X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부과로 반(反)미 감정이 고조된 캐나다에서 미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동시에 캐나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대대적인 국산품 구매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캐나다의 최대 무역국이자 동맹인 미국은 4일부터(현지 시간) 캐나다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매기기로 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에 거듭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라”며 모욕을 주고 있다.

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캐나다에서 국산품 소비를 장려하는 ‘바이 케네디안(Buy Canadian·캐나다산 물건을 사자)’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캐나다 역시 애국주의로 응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FT는 “평화롭게 살던 캐나다인들이 미국의 괴롭힘을 더는 못 참겠다(enough is enough)며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되고 있는 캐나다산 제품의 목록. 사진 출처 X
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되고 있는 캐나다산 제품의 목록. 사진 출처 X


캐나다에선 전국적으로 국산품 구매 운동이 최대 화두가 되고 있고, 마트 곳곳에는 캐나다산 제품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메이드 인 캐나다’ 팻말이 등장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동네 마트에 메일을 보내 캐나다산 제품에는 (캐나다의 상징인) 단풍나뭇잎 모양 스티커를 붙여달라고 하자”는 글이 호응을 얻고 있다. 미국산을 대체할 캐나다 제품의 목록도 널리 공유되고 있다. 온타리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정부 등은 미국산 주류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반미 감정도 고조되고 있다. 주말인 1, 2일 열린 프로 농구와 아이스하키 경기에서는 미국 국가가 재생되자 관중석에서 야유가 터져나왔다. 미국과 캐나다는 농구, 아이스하키, 야구, 축구 등에서 통합 프로리그를 운영 중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캐나다 팀이 경기를 치를 땐 양국 국가가 모두 연주된다.

또 “캐나다는 매물이 아니다(Canada is not for sale)”라고 적힌 모자도 인기를 얻고 있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 주총리가 해당 모자를 착용하고 관세 대책회의에 참석한 사진도 화제가 됐다.

“캐나다는 매물이 아니다”라고 적힌 모자를 쓴 더그 포드 캐나다 온타리오 주총리. 사진 출처 포드 주총리 X


캐나다 정치권에서도 국산 제품 구매 열풍에 기름을 붓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일 연설에서 캐나다 국민의 애국심에 호소했다. 모든 캐나다인이 무역 전쟁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며 미국산 제품 대신 캐나다산을 구매할 것을 촉구한 것. 그는 “주류는 켄터키 버번 대신 캐나다 라이를 사고, 플로리다 오렌지 주스는 당분간 먹지 말자. 여름 휴가도 국내로 떠나자”고 말했다. 유력 차기 총리 주자인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전 재무장관도 “트럼프와 억만장자 친구들에 맞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캐나다산을 구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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