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와 날카롭게 대립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일 그를 한껏 치켜세웠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화상 회의에서 “선거 전 심지어 그의 가족들도 심한 압박을 받았고 이는 그의 삶을 위협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가족들의 고충에도 공감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분쟁에 관해 새 미국 행정부와 대화할 의지가 있다”고도 했다. 그는 이날 회의를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기 약 3시간 전에 공개했다. 또 통상 금요일에 진행되던 회의를 이례적으로 월요일에 열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메시지를 강조했다.
주요국 정상들은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맞춰 축하 메시지를 속속 내놓으며 연대를 꾀했다. 특히 전쟁 중인 국가 수장들이 연이어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놔 향후 국제 정세에 변화가 나타날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 네타냐후 “美와 동맹 전성기, 아직 안 와”
다음 달 24일 러시아와의 전쟁 3주년을 맞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띄우기’에 나섰다. 그는 20일 소셜미디어 ‘X’에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결단력이 있으며 그가 발표한 ‘힘에 의한 평화’ 정책은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공정한 평화를 달성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적었다. 또 “우리는 함께할 때 더 강해지고, 세계와 양국에 더 큰 안보, 안정, 경제 성장을 제공할 것”이라며 연대 의지를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 때보다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소극적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조를 호소한 셈이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15개월간의 전쟁 끝에 19일 ‘6주간의 휴전’을 시작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날 영상 메시지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동맹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며 동맹의 강도를 끌어올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AFP통신에 따르면 그는 하마스와 연대하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 친이란 단체들을 거론하며 “이란의 테러 축을 무너뜨리고 역내에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인 2017년 12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선언하며 이듬해 5월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겼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분쟁의 중심에 있는 예루살렘을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 국제도시로 규정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어준 셈이다. 2020년엔 이스라엘과 주변 중동 국가들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아브라함 협정’을 맺기도 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은 성명에서 “두 국가 해법을 바탕으로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각 국가로 인정해줄 것을 호소했다.
● 마크롱, 군대 찾아가 “유럽, 정신 차리자”
유럽의 극우 정상들도 비슷한 정치 성향을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자축하는 분위기다. 친러 성향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20일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인용하며 “대공세가 시작될 수 있다. 이제 브뤼셀(유럽연합·EU) 점령을 목표로 공세의 두 번째 단계를 시작한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트럼프 취임식에 초대받지 못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육군 디지털 및 사이버 지원 사령부를 찾아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에 대해 “유럽의 전략적 각성을 위한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프랑스와 유럽이 진화하는 위협과 변화하는 이해관계에 적응해야 한다”며 미국 의존을 벗어난 자강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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