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토 다카에 씨가 2019년 펴낸 단가집 ‘한글의 숲’(왼쪽)과 한국어 번역을 달아 출간한 한일 대역판. 한국어를 배우면서 알게 된 일제강점기 아픈 역사도 외면하지 않았다. ‘서울 서대문형무소 흔적을 돌아보면서 일본인이라는 게 괴로워지는구나’ ‘깨끗한 걸 좋아하는 일본인, 역사도 물에 흘려보내며 헹궈버렸는지도’ 등 역사 반성에 인색한 부끄러움을 솔직하게 드러낸 시가 눈길을 잡는다.
“남편과 천안 독립기념관을 갔다가 밥을 못 먹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어요. 일본인은 지나간 일로 잊을 수 있겠지만 한국 사람들은 잊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류 매력에 빠져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가토 씨는 한일 관계 악화를 접하는 심정이 남달랐다. ‘이웃나라는 다가오다 떠나는 파도들처럼 가까이 왔다가는 또 멀어지는구나’에는 한일 양국이 서로에게 삿대질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복잡한 감정이 실렸다.
가토 씨는 한국 지방 곳곳을 여행하며 평범한 한국인들에게 느낀 정을 잊지 못했다. “강화도에서 무뚝뚝해 보인 버스기사님이 ‘외국인은 길 찾기 힘들다’며 정류장도 아닌 사찰 바로 앞에 세워주셨어요. 한국 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친절함 아닐까요.”
단가 시집 ‘한글의 숲’ 작가인 가토 다카에 씨(왼쪽)와 한국어로 번역한 최장원 아키타 국제교양대 교수. 아키타=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단가집을 번역한 최장원 아키타 국제교양대 교수는 애초 일본어 교재로 쓰려다가 일본인의 솔직한 심정을 한글로 소개해 보자는 생각에 번역을 결심했다. 최 교수는 “한국이 생각하는 일본, 일본이 생각하는 한국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평범한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많은 이들과 공유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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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4 18:53:35
한국인은 일제강점 피해의식에서 깨어나야 한일관계도 개선되고 한국도 발전한다. 그 땐 약소국 한국만 고통받은 것이 아니다. 미국포함 모든 강대국 약소국을 지배했었다.
2024-06-24 19:49:21
저 일본인들 배울 점이 많다.
2024-06-25 00:20:10
사람 마다 역사 인식 다르나 피해자는 아픔 잊기 어렵다. 그렇다고 수만년 지고 갈 수도 없다. 이웃 나라이니 그렇고 우리 스스로 치유하지 못하면 자학 하는 것 아닌가. 잊지는 말고 선린으로 가는 길을 함께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