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교황 ‘백기투항’ 서방 들으란 얘기”…우크라 반발에도 여론전

  • 뉴스1
  • 입력 2024년 3월 11일 16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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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협상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자 러시아 외무부가 이를 서방을 향한 메시지라고 규정하며 여론전을 펼쳤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교황의 ‘백기 들 용기’와 관련해 “서방을 상대로 야망을 버리고 잘못을 인정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논평했다.

이어 “서방은 러시아를 약화하려는 야망의 도구로 우크라이나를 이용하고 있다. 우린 협상을 막은 적이 없다”며 전쟁이 2년 넘게 계속되는 책임을 서방에 떠넘겼다. 그러면서 전황에 대해선 “우크라이나가 막다른 골목에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9일 공개된 스위스 공영방송 RTS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국민을 생각하며 백기를 들 용기를 갖고 협상하는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협상은 용기가 필요한 단어”라며 “자신이 패배하고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땐 협상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간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교황이 협상 필요성을 언급한 적은 있지만, ‘백기’나 ‘패배’와 같은 용어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기를 들 주체로 우크라이나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망자가 1만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우크라이나가 평화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투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전날(10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교황을 향해 “전쟁에서의 강자는 선의의 편에 서는 사람”이라며 “우리의 국기는 노란색과 파란색이다. 다른 어떤 깃발도 게양하지 않겠다”고 받아쳤다.

평화 협상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은 지 나흘 만에 벨라루스 호멜에서 처음 열렸다. 그러나 서방의 지원을 등에 업은 우크라이나가 당시 러시아군의 공세를 버텨내면서 정부 교체와 무장 해제 등 러시아의 요구 조건을 수용할 이유가 사라졌다.

지난해 8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 완전 철수 △점령 영토 반환 △전쟁포로 교환 △우크라이나 주권 보장 △식량·에너지 안보 보장 등을 골자로 한 ‘평화 공식’(Peace Formula)을 제안했다.

반환 영토에는 개전 이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은 물론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름반도도 포함됐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결코 수용할 수 없는 방안이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올해 상반기 스위스에서 우크라이나 평화 공식을 논의하기 위한 다자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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